다국적 제약사들이 줄줄이 제약협회를 탈퇴하고 있다.다국적 제약사 측에서는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업계에서는 제약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개별 제약사들의 의학학회 지원 금지 규정을 피해가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는 최근 제약협회 측에 공문을 보내 협회를 탈퇴한다고 통보했다.앞서 지난해 말에는 한국로슈가 협회를 떠났다.2006년 말 한국화이자,한국MSD,한국아스트라제네카,한국릴리 등 4개사가 협회를 탈퇴한 후 한동안 잠잠하던 다국적 제약사들의 제약협회 탈퇴 움직임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는 것.

제약협회 측은 이들 6개사 외에 한두 군데 정도가 더 탈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제약협회 탈퇴 이유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모임인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에 가입돼 있어 제약협회에 중복 가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복 가입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점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최근 제약협회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회원사들이 개별적으로 의학학회에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공정경쟁 자율 규약에 포함시키려고 하자 다국적 제약사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협회의 학회 지원 금지 규정은 협회 회원사들에만 적용되는 것인 만큼 협회를 탈퇴해 학회 지원을 계속 하겠다는 게 다국적 제약사들의 의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도가 알려지자 국내 제약사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제약협회를 탈퇴하면 국내 제약사만 학회 지원을 못하는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