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국내 최대 법률회사인 김앤장법률사무소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외환위기 이후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다.2000년 이후 네 차례나 성실납세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성실납세자로 선정되면 2년간 조사를 유예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지난해 3월 제41회 납세자의 날에도 김앤장의 창업자 김영무 대표가 대통령표창을 받은 터라 법조계는 국세청의 이번 특별조사를 더욱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심층조사'로도 불리는 특별세무조사는 정기조사와 달리 국세청이 상당한 수준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을 경우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다.

국세청은 국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김앤장에 칼끝을 겨누기 전에 이미 소속 변호사들의 최근 4~5년간 수임료 성공보수 등 비공개 수입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기초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국세청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특별조사를 시작했다면 이미 상당한 규모의 혐의를 잡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이번 특별조사에서 김앤장의 수임료 성공보수 등과 같은 비공개 수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로펌들은 수임료 액수에 대한 장부 작성 의무가 없어 김앤장의 공식적인 매출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다만 2005년 국회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김앤장의 2005년 기준 연간 매출은 3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법조계에서는 김앤장이 최근 2~3년간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간 점에 비춰 지난해엔 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공식적인 수임료 외에 국세청이 더 주목하는 분야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성공보수다.김앤장은 그동안 론스타 골드만삭스 소버린 등 외국계 자본은 물론이고 삼성 현대차 SK 등 대기업과 총수 관련 대형 사건들을 대거 수임했다.

이 과정에서 김앤장이 공식적인 수임료뿐만 아니라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았다는 게 법조계의 정설이다.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국세청이 조사를 시작했다면 아마도 성공보수와 관련된 내용에 집중될 것"이라며 "김앤장의 전체 매출 규모는 물론 성공보수 수준도 법조계에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법무법인이 아닌 법률사무소 형태를 띠고 있는 김앤장의 특수한 조직 형태가 세금 탈루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주목하고 있다.김앤장은 변호사법상 법률사무소지만 국세청엔 여러명이 모여 일하는 공동사업자 형태로 신고 돼 있다.또 다른 변호사는 이 같은 김앤장의 특수한 조직 형태에 대해 "쌍방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수입 배분 등 세금과 관련해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온 김앤장의 탈세 의혹에 대해 국세청이 전격적으로 칼을 빼들었지만 이번 특별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최고의 법률가들이 모여 있는 김앤장이 조사에 제대로 응할지 의문인 데다 김앤장엔 현재 20여명의 전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이 고문이나 전문위원으로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국세청 특별조사반원들이 서울 내자동 김앤장 사무실을 전격 방문했지만 사무실엔 들어가지 못한 채 다음날 김앤장 관계자와 만나 세무조사 일정과 대상을 통보한 것도 미심쩍은 대목이다.이미 특별조사에 대한 정보가 새 나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조사가 고소득 전문직들의 성실납세를 유도하는 데도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다만 국세청은 이번 조사가 국내 로펌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각종 비리사건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코너에 몰린 국세청이 국면전환용으로 성역처럼 여겨지던 김앤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