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선량들의 이상한 출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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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마지막 대정부 질문 이틀째인 1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
임채정 국회의장의 본회의 개의를 알리는 의사봉 소리와 함께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이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시작했다.
하지만 20여분이 지나자 몸을 들썩이던 의원들은 하나둘씩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한 의원은 "지역구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의원 역시 "지역구에서 의정 활동 설명회가 잡혀 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부분의 의원도 비슷한 핑계를 댔다.
마치 학교에서 출석만 확인한 채 선생님 몰래 뒷문으로 도망치는 학생들을 연상케 했다.
이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 의석은 하루종일 텅 비어 있었다.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질문을 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만이 썰렁한 본회의장에 메아리쳤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회의 속개는 회의 정족수(60명) 미달로 1시간10분이나 늦어졌다.
임 의장이 "아무리 17대 마지막 국회라고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정족수가 미달되면 본회의를 유예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나서야 정족수를 겨우 채웠다.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던 의원들은 "의사 정족수를 재적의원의 20%에서 10%로 낮추자" "대정부 질문을 서면 질의로 바꾸자" 등의 농을 주고 받았다.
답변을 위해 참석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텅빈 회의장을 바라보며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나마 참석한 의원들도 시간이 갈수록 한두명씩 자리를 떠 마지막 질문자가 단상에 오를 때는 의원 30명 정도만이 남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전날 진행됐던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국회 회의록에는 첫날 215명,이날도 200명이 넘는 의원들이 출석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하루 중 아무 때나 얼굴만 비쳐도 출석으로 인정되기 때문.출석 통계는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등에 제공돼 개별 의원들에 대한 평가 잣대로 쓰여진다.
의원들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전략적 조퇴'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틀 동안 국회 대정부 질문을 취재하는 내내 민생은 뒷전인 채 마음은 온통 콩밭(총선)에 가 있는 의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강동균 정치부 기자 kdg@hankyung.com
임채정 국회의장의 본회의 개의를 알리는 의사봉 소리와 함께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이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시작했다.
하지만 20여분이 지나자 몸을 들썩이던 의원들은 하나둘씩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한 의원은 "지역구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의원 역시 "지역구에서 의정 활동 설명회가 잡혀 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부분의 의원도 비슷한 핑계를 댔다.
마치 학교에서 출석만 확인한 채 선생님 몰래 뒷문으로 도망치는 학생들을 연상케 했다.
이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 의석은 하루종일 텅 비어 있었다.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질문을 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만이 썰렁한 본회의장에 메아리쳤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회의 속개는 회의 정족수(60명) 미달로 1시간10분이나 늦어졌다.
임 의장이 "아무리 17대 마지막 국회라고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정족수가 미달되면 본회의를 유예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나서야 정족수를 겨우 채웠다.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던 의원들은 "의사 정족수를 재적의원의 20%에서 10%로 낮추자" "대정부 질문을 서면 질의로 바꾸자" 등의 농을 주고 받았다.
답변을 위해 참석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텅빈 회의장을 바라보며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나마 참석한 의원들도 시간이 갈수록 한두명씩 자리를 떠 마지막 질문자가 단상에 오를 때는 의원 30명 정도만이 남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전날 진행됐던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국회 회의록에는 첫날 215명,이날도 200명이 넘는 의원들이 출석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하루 중 아무 때나 얼굴만 비쳐도 출석으로 인정되기 때문.출석 통계는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등에 제공돼 개별 의원들에 대한 평가 잣대로 쓰여진다.
의원들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전략적 조퇴'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틀 동안 국회 대정부 질문을 취재하는 내내 민생은 뒷전인 채 마음은 온통 콩밭(총선)에 가 있는 의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강동균 정치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