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 조항과 경제력 집중 억제 조항으로 분류,경제력 집중 억제 부분은 금융 관련법이나 증권거래법 등에 포함시키기로 했다.이는 사실상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20년 동안 유지돼온 대기업 규제의 틀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27일 인수위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 제도 폐지와 함께 공정거래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순수한 의미의 경쟁법과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경제력 집중 억제법으로 구분하기로 하고 최근 법 조항 분류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새 정부는 공정거래법 개편을 경제 분야 중점 추진 과제로 설정해 올해 안에 제도 개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출총제를 제외한 나머지 경제력 집중 억제 조항들은 대부분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상호출자.채무보증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근거로 각종 행위 제한 및 의무를 가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며 "경제력 집중 억제 조항을 공정거래법에서 떼어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도 당연히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자산총액 4000억원 이상인 32개 그룹 509개 계열사를 지정하면서 도입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1993년 '30대 그룹 지정 제도'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그룹을 공정위가 매년 일괄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지정된 그룹은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대규모 내부거래 공시,비상장회사 정보 공시 등 5가지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받는다.

인수위는 경쟁 당국이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사전.예방적 규제를 가하는 것이 주요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데다 새 정부의 규제 시스템 개편 방향(사전 규제,원칙적 금지 규제 철폐)과도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경제력 집중 억제 조항들을 공정거래법에서 분리한 뒤 기업 건전성 차원에서 꼭 필요한 규제는 금융 관련법이나 증권거래법에 나눠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대신 공정위는 남아 있는 경쟁법 조항들을 실효성 있게 집행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