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이 27일 '글로벌 금융과 경제 위기에 대한 경고'를 끝으로 폐막했다.개막 하루 전인 22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 확산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위기감을 반영하듯 개막 때부터 터져나온 세계 경제계와 국가 지도자들의 위기에 대한 '경고'가 폐막 때까지 이어졌다.

세계경제의 고성장과 저물가 속에 열린 최근 수년간의 다보스포럼과는 사뭇 달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6일 세계경제 전망 세션에서 "분명한 건 심각한 경기둔화가 나타날 것이고 진지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며 "통화정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공공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도 펴야 한다는 것이다.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IMF 총재가 적자예산 편성 확대를 요구한 건 4반세기 만에 처음"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그만큼 중대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월가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신용팽창이 몰고온 재앙"이라고 경고하는 등 현 위기를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줄을 이은 것과 맥을 같이한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라는 21세기형 위기로 인해 세계경제가 침체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진단에 가세했다.후쿠다 총리는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각국은 금융시장 혼란의 이면에 있는 요소들을 분석해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도 부동산가격 하락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지난해 7% 하락한 미 부동산가격이 올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그는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과 같은 소비자신용부문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금리인하로 대출이 늘어날지는 불투명하다"며 "미국 은행권과 신용시장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말콤 나이트 BIS(국제결제은행) CEO도 "(세계) 금융감독의 분열이 현재 금융위기의 핵심"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감독당국이 직면한 도전은 감독기능은 시장별로,그리고 국가별로 쪼개져 있지만 금융시스템 통합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금융감독기구 간) 글로벌 공조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국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명확하고 권위있는 감독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브라운 총리는 "세계경제가 10여년 만에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지만 이는 세계 경제위기 관리 및 감독기능을 개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은행과 금융기관의 투명성 확대도 주문했다.

이와 관련, 던컨 니더라우어 NYSE유로넥스트 CEO는 "세계 금융감독당국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가치가 급락한 CDS(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와 같은 파생상품의 장외거래 내용을 공개할 것을 은행들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