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산업의 통합화' 추세에 대한 정부 대응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분야는 증권법령 부문이다. 정부가 내년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전면 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에 흡수되는 법률은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금업법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등 6개다. 각 업태별로 사업영역이 구분된 법에 따라 규제해오던 것을 앞으로는 하나의 법률로 증권 관련업의 모든 기능을 종합적으로 규제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상품도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단순하게 구분된다. 어떤 금융회사가 다루든지 관계없이 같은 상품이라면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증권 관련 6개 법률이 하나로 통합됨에 따라 각각의 영역별로 나뉘어 사업을 하던 회사들이 통합된 상품을 만드는 일이 매우 쉬워지게 된다. 주식거래뿐만 아니라 파생금융상품 개발과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첨단 금융상품을 내놓는 경우에도 자본시장통합법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상의해 유권해석을 받을 수 있고,필요할 경우 새로운 규정을 만들거나 법률을 개정하는 작업을 밟을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금융 분야에서는 여전히 법률들이 많다. 은행법 보험업법 등 누구나 알고 있는 법 뿐만 아니라 여신전문금융업법 부동산투자회사법 선박투자회사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사회기반시설민간투자법 등 생소한 법률들이 각 사업영역별로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각 법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어느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어느 부처로 가서 하소연해야 하는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이에 따라 금융연구원 등 일부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 뿐만 아니라 은행과 보험 등 전 업권의 칸막이를 재정비하고 전업권에 대한 포괄주의와 기능주의에 입각해 법률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 겸업화 추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의 주가지수연계예금(ELD)과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처럼 각 업권의 성격이 융합된 금융상품들이 증가하고 있다. 보험설계사가 펀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되는 등 업권 간 고객유치 경쟁도 격화되는 추세다. 또 증권사가 지급결제업무를 하고 신용파생상품을 취급하게 될 뿐 아니라 은행과 보험사에서는 자산운용업 겸업도 허용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전체 업권을 포괄해 규제하게 되면 규제 관련 불평등이 없어진다"며 "이미 시장에 진입한 쪽의 규제 차익이 사라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당초 모든 업권의 칸막이를 없애는 방안도 고민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봐도 그런 사례가 없는 데다 건전성 감독 등 면에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일단 자본시장 내에서만 칸막이를 트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