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격 떨쳐내고, 밥그릇 뺏으려면 뭉치자!'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하이닉스, LG필립스LCD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타깃은 일본이다.

국내 업체들끼리 협력으로 차세대 핵심기술을 개발해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 추격을 따돌리고, 한편으론 디스플레이 장비 재료 분야의 시장 지배를 깨뜨린다는 복안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1994년 64메가 D램 개발 이후 14년만의 연합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24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와 테라비트급 차세대 메모리 소자 원천기술 공동 개발에 합의하고 이날 연구개발(R&D) 협약식을 가졌다.

양사는 앞으로 2년동안 90억원을 투입해 기술 교류와 연구성과 교차 평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테라비트는 1조 비트에 해당하는 정보량 단위로, 1테라비트 메모리 안에는 동전 크기에 콤팩트디스크(CD) 1500장 이상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차세대 메모리 시장은 향후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일본은 도시바-NEC-후지쯔 공동으로 차세대 메모리 중 유력한 대안인 수직자기형 비휘발성메모리(STT-MRAM) 개발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와 함께 정부가 추진해 온 차세대 테라비트급 비휘발성메모리(전원이 끊어져도 정보가 남아있는 기억장치) 관련 특허 8건도 구매해 원천기술 확보의 발판을 마련했다.

LG필립스LCD와는 TFT-LCD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공정 장비인 ‘디지털 노광기’ 개발을 위해 올해부터 손을 잡았다.

노광기는 유리기판에 회로를 그려주는 장비로 일본의 니콘과 캐논 등이 독점 공급해 왔으나, 디스플레이 대형화 추세로 보다 진일보한 디지털 노광기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디지털 노광기 개발 시 1대당 200억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되며 기술 종속 탈피는 물론 세계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아울러 양사는 지난해부터 중소 소재업체인 에스에프씨와 함께 ‘용액공정용 저분자 발광재료’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산자부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패널 생산 매출에서는 세계 1위이지만 핵심 기반인 장비 재료 산업은 일본이 높은 기술 진입장벽을 구축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장비 재료 기술은 장기적이고 대규모 개발 투자가 불가피하므로 산업계 공동의 R&D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