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9일 신규 산업단지 지정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추진키로 발표하는 과정에서 규제로 인한 투자 지연 사례로 충남 대산에 들어설 예정인 에쓰오일 공장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인수위는 이날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행정절차를 마치는 데만 최소한 3년이 걸린다"며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충남도에서만 에쓰오일을 비롯해 총 10조원에 가까운 투자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충남 대산에 공장을 지으려던 에쓰오일은 어떤 규제와 문제에 부딪혀 투자를 하지 못했을까.

에쓰오일은 당초 3조6000억원을 투자해 대산에 공장을 건설하려 했다.

국내 단일 공장 투자로는 최대 프로젝트였다.

에쓰오일은 2006년 12월부터 전체 부지 220만㎡ 중 절반은 지자체 소유의 산업단지 땅을 임대하고,나머지 절반(110만㎡)은 매입해 산업단지로 신규 지정받을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중 부지 매입을 끝내고 7월에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환경평가 등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힌 데다,특히 현지 주민들이 이주정착금뿐만 아니라 '고향 상실에 따른 정신적 피해보상금'까지 요구하면서 토지수용이 이뤄지지 못해 산업단지 지정은 지연됐다.

착공 시기를 넘긴 상태에서도 충남도나 서산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동안 공장에 필요한 기자재(설비) 값마저 폭등했다.

에쓰오일은 당초 3조6000억원의 투자비를 예상했다.

하지만 1년여 사이에 기자재 값이 뛰면서 투자비용은 2배가량 늘어난 6조~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투자 타이밍을 놓친 에쓰오일은 지난해 6월 무기한 투자 연기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에쓰오일은 대산공장 투자를 다시 추진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남아 있다.

20일 정유업계 및 충남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이달 초 산업단지 지정 시한 연기를 요청하는 '실시계획 승인신청기간 연장신청서'를 제출했다.

에쓰오일 측이 산업단지 지정 요청 마감 시한인 이달까지 사업 실시계획서를 제출해야 하지만,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 발생해 제출 시한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한 것.연장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대산공장 건설 사업은 '없던 일'로 돌아가게 된다.

에쓰오일 측은 신청서에서 "2009년 6월까지 공장 건설 실시계획안 제출 시한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충남도와 서산시는 최근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자연녹지를 공장용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계획 변경안이 통과될 경우 에쓰오일은 곧바로 공장설립을 재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서산시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사업 재개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채널을 동원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던 주민들도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뜻을 밝히고 있다.

강신웅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만약 에쓰오일이 대산공장 투자를 다시 추진하면 합리적인 수준에서 토지수용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3월에 에쓰오일의 이사회가 열리게 되면 최종적으로 사업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