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10대 소년이 파키스탄 보안당국에 검거돼 답보상태였던 수사 진전에 도움을 줄 지 주목된다.

다만 이 소년이 사건의 배후라고 증언한 무장단체 측이 재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이 소년의 알리바이와 관련된 수사관들의 전언도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설사 이 용의자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의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 10대 사건 용의자 검거…수사 급물살 타나 = 파키스탄 현지 일간 '더 뉴스'와 AP, AFP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북서 변경주(州) 보안당국은 지난 17일 '아이테자즈 샤'라는 이름의 15세 소년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부토의 사망원인과 사건 배후 등을 둘러싼 논란 속에 사건발생 후 3주가 지나도록 답보상태인 사건 수사가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특히 샤는 부토의 암살의 배후와 실제 범행에 가담한 당사자들의 인적 사항 등 수사에 핵심적인 내용을 진술해 그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샤는 부토 암살이 알-카에다 및 탈레반과 연계된 국경지역 무장단체 지도자인 바이툴라 메수드의 사주로 실행됐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부토를 향해 총격을 가하고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폭발시킨 단원이 '빌랄'이며, '이크라물라'라는 또 다른 대원이 그를 도왔다고도 했다.

사건의 배후와 범행 당사자에 관한 용의자의 진술은 사건 수사에 더 없이 중요한 단서다.

따라서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야당의 반박과 의혹 제기 속에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정부 발표와 유사한 진술내용…신뢰 여부는 '?' = 보안당국 관계자들이 언론에 밝힌 용의자 샤의 진술 내용은 지난 달 파키스탄 내무부가 발표한 수사내용과 유사하다.

당시 파키스탄 내무부는 당시 당시 알-카에다 지도자인 메수드가 또 다른 무장단체를 사주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측은 이런 발표 내용의 증거로 메수드와 또 다른 무장단체 지도자 몰비 샤히브의 통화 내용을 제시하며 이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공개한 통화 내용에 따르면 메수드는 암살 실행자가 누구냐고 물었고, 샤히브는 '사이드, 빌랄, 바다르 그리고 이크라물라'라고 답했다.

또 그들 중 3명이 (암살을) 했느냐는 메수드의 질문에 샤히브는 이클라물라와 빌랄이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던 메수드측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부토의 파키스탄인민당(PPP) 등 야당들도 이런 정부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았다.

특히 PPP가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등 무장단체가 아닌 정부내 인사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면서 수사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사건 용의자를 통한 진술이 언론에 보도된 이번에도 상황은 유사하다.

메수드측 대변인을 자처한 마울비 모하메드 오마르는 AP통신과 통화에서 "이는 정부의 선전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미 베나지르 부토의 암살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명백하게 설명했다"고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더욱이 외신에 관련 소식을 전한 일부 조사관은 사건 당일 샤가 범행장소인 라왈핀디에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