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도전 끝에 제16대 연세대 총장에 오른 김한중 교수는 '자기반성'을 발판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18일 오후 4시께 서울 신촌 연세대 스팀슨관 2층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김 교수는 먼저 경쟁대학인 고려대와 직접 비교를 통한 자기반성으로 입을 열었다.

김 교수는 연세대의 '침체된'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약점도 솔직히 인정했다.비록 국내 대학평가에서 경쟁대와 공동 4위를 기록했지만 1인당 논문수는 경쟁대보다 뒤처진다고 말했다.무엇보다 동문들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김 교수는 "고려대는 서울시장을 두 명이나 배출했고,최근 대통령까지 냈다"며 "동문들의 사회적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고려대에 비해 홍보,마케팅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도 반성했다.고려대가 홍보.마케팅에 37억원을 쓸 동안 연세대는 6분의 1인 6억원밖에 쓰지 않았다.이 같은 낮은 노출 빈도 때문에 대학 진학 지도 교사들이 고려대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연세대가 경쟁대보다 장점도 많지만 단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의도"라고 말했다.즉 자기반성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다행히 대학 안팎에서 김 교수는 연세대 개혁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그가 이미 연세대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행정통'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김 교수는 전공이 경영과 보건행정 분야인 덕분에 의료인이면서 동시에 대학 및 의료원 경영에도 수완을 발휘했다.지난 2년간 행정 대외 부총장과 2단계 BK21 총괄사업단장으로 재직했으며 33개 사업단으로부터 7년 동안 매년 255억원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2012년까지 세계 100위권 대학에 들겠다며 우수 교원 확보를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이를 위해 지금과 같은 호봉제를 개선,연봉제의 개념을 접목시키기로 했다.호봉제의 틀은 유지하되,실력을 인정받은 특훈 교수의 경우엔 호봉과 맞먹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물론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는 교수뿐만 아니라 교직원들에게도 적용할 전망이다.

이 같은 개혁을 이끌기 위한 재원은 4년간 1조원 정도로 예상했다.이 중 8000억원은 송도캠퍼스에 쏟아붓는다.송도캠퍼스는 연세대의 인바운드 국제화의 최정점이다.김 교수는 "송도캠퍼스로 인해 연세대의 위상이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먼저 등록금을 경쟁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그는 "연세대가 경쟁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면 연간 60억원의 재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안정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발전기금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이사회에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현재 연세대의 자산은 부동산 형태지만 이를 매각해 공격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학입시에 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견해를 밝혔다.김 교수는 "자신의 임기 내 기여입학제 도입은 없을 것"이라며 "대입이 사회의 지대한 관심사인 이상 돈을 주고 대학에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또 입시는 단순한 것이 좋다며 최대한 입시 전형을 단순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