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규제개혁 3大 철학 ‥ '책임자는 반드시 현장 가봐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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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비대한 정부조직을 40년 만에 대수술하겠다고 발표,규제 혁파가 예고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자신의 '3대 규제개혁 철학'을 인수위에 제시했다.
규제 관련 이 당선인의 철학은 과거 정부와 달리 전혀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다.각종 규제의 부과 주체인 '갑(정부.관료)'이 아니라 규제 대상인 '을(민간.기업)'의 입장이다.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겪는 애로와 고충을 녹여낸 현장철학이고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몇째주,며칠까지 타임스케줄을"
이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에 '상반기에','하반기에' 하는 식으로 관행에 젖어 규제개혁의 타임스케줄을 대충 짜지 말라고 했다.몇째주,며칠까지 정교하게 엄정한 시한을 못박도록 했다.과거 정부도 규제완화를 대부분 강조했지만 제대로 실천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마하티르 총리 당시 말레이시아에 가봤는데 외국인이 투자하겠다고 하면 일주일이면 다 됐다"며 "말레이시아 관료들이 투자할 위치를 안내,바로 보게 하고 절차도 바로 하고… 그걸 보고 많은 걸 느꼈다"고 소개했다.
이런 주문은 향후 규제개혁의 진행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를 것임을 시사한다.또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점을 뜻한다.이 당선인은 지난 15일 주한 외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고위 정책 결정자들이 말하는 경제정책과 일선 관료들이 집행하는 경제정책 간에 많은 괴리가 있어 한국은 경제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인수위가 조만간 내놓을 규제개혁 로드맵이 주목된다.
◆"공무원들이 발로 현장을 뛰어야"
이 당선인이 전남 대불공단의 전봇대 사례를 적시한 것은 공무원들이 발로 현장을 뛰어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라는 메시지다.이 당선인은 "지역이 공장을 유치하고,투자를 유치해봐야 막상 사소한 것부터 안 되는데 뭐가 되겠느냐"면서 "그러니까 책임자가 현장에 들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 자신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몸소 그렇게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그는 2004년 8월 수행원 없이 불시에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았다.여기저기를 점검하다가 기린 동물원 안내판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이후 현장 직원들에게는 아무런 얘기 없이 세 번이나 더 암행했다.이 사실을 접한 공원관리사무소가 발칵 뒤집혔으며,공원 안내시스템이 전면 개편됐다.뒤에 이 시장은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라고 딱 한 마디만 했다고 한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 당선인은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현장에서 답을 얻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언론을 의식한 한건주의는 안돼"
이 당선인이 지난달 24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회동했을 때다.강 대표가 "태안 기름유출 현장에 자원봉사하러 간다"고 하자 "하루 종일 가느냐,간다면 그 근처 가게 장사도 안 되니까 도시락도 싸지 말고 가야 한다"고 권했다.
이 당선인은 규제개혁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규제개혁의 적기를 놓치지 말라고 한다."살아있는 정책을 써야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진다"는 게 요지다.최근 조선 호경기와 정부의 지원을 사례로 들었다."조선업체들이 선박 조립용 철구조물(블록)을 마산,포항,목포,군산 등지에서 구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조선 호경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에 맞는 전략을 갖고 서둘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또 "언론을 의식한 한건주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했다.생색내기용 규제개혁은 아예 시도도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지속적인 규제개혁 노력만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규제 관련 이 당선인의 철학은 과거 정부와 달리 전혀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다.각종 규제의 부과 주체인 '갑(정부.관료)'이 아니라 규제 대상인 '을(민간.기업)'의 입장이다.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겪는 애로와 고충을 녹여낸 현장철학이고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몇째주,며칠까지 타임스케줄을"
이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에 '상반기에','하반기에' 하는 식으로 관행에 젖어 규제개혁의 타임스케줄을 대충 짜지 말라고 했다.몇째주,며칠까지 정교하게 엄정한 시한을 못박도록 했다.과거 정부도 규제완화를 대부분 강조했지만 제대로 실천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마하티르 총리 당시 말레이시아에 가봤는데 외국인이 투자하겠다고 하면 일주일이면 다 됐다"며 "말레이시아 관료들이 투자할 위치를 안내,바로 보게 하고 절차도 바로 하고… 그걸 보고 많은 걸 느꼈다"고 소개했다.
이런 주문은 향후 규제개혁의 진행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를 것임을 시사한다.또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점을 뜻한다.이 당선인은 지난 15일 주한 외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고위 정책 결정자들이 말하는 경제정책과 일선 관료들이 집행하는 경제정책 간에 많은 괴리가 있어 한국은 경제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인수위가 조만간 내놓을 규제개혁 로드맵이 주목된다.
◆"공무원들이 발로 현장을 뛰어야"
이 당선인이 전남 대불공단의 전봇대 사례를 적시한 것은 공무원들이 발로 현장을 뛰어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라는 메시지다.이 당선인은 "지역이 공장을 유치하고,투자를 유치해봐야 막상 사소한 것부터 안 되는데 뭐가 되겠느냐"면서 "그러니까 책임자가 현장에 들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 자신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몸소 그렇게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그는 2004년 8월 수행원 없이 불시에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았다.여기저기를 점검하다가 기린 동물원 안내판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이후 현장 직원들에게는 아무런 얘기 없이 세 번이나 더 암행했다.이 사실을 접한 공원관리사무소가 발칵 뒤집혔으며,공원 안내시스템이 전면 개편됐다.뒤에 이 시장은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라고 딱 한 마디만 했다고 한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 당선인은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현장에서 답을 얻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언론을 의식한 한건주의는 안돼"
이 당선인이 지난달 24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회동했을 때다.강 대표가 "태안 기름유출 현장에 자원봉사하러 간다"고 하자 "하루 종일 가느냐,간다면 그 근처 가게 장사도 안 되니까 도시락도 싸지 말고 가야 한다"고 권했다.
이 당선인은 규제개혁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규제개혁의 적기를 놓치지 말라고 한다."살아있는 정책을 써야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진다"는 게 요지다.최근 조선 호경기와 정부의 지원을 사례로 들었다."조선업체들이 선박 조립용 철구조물(블록)을 마산,포항,목포,군산 등지에서 구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조선 호경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에 맞는 전략을 갖고 서둘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또 "언론을 의식한 한건주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했다.생색내기용 규제개혁은 아예 시도도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지속적인 규제개혁 노력만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