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국내 대어급 인수.합병(M&A)전에 속속 명함을 내밀며 M&A 시장 싹쓸이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업호황에 따른 풍부한 자금확보와 정몽준 회장에 대한 우호적 정치지형 형성까지 호재 또한 잇따라 신정부의 '금호그룹'이 조만간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우선매수권이 있어 유력한 새주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산업은행 자회사인 현대건설과 대우해양조선의 경우도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인수전에 참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업계의 관측이다.

범현대가 교통정리의 핵심으로 현대중공업이 떠오르면서 현대차그룹 쪽으로 기울었던 현대증권도 결국 현대중공업의 품에 안기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전날 발표된 대한통운 우선협상 대상자에서는 탈락했지만, 금호아시아나-한진 2강 구도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한통운 인수 실패가 오히려 현대중공업이 M&A 집중화 전략을 구사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일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날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현대중공업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오히려 M&A 집중화 전략을 펼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특히 올 2분기 중에 매각주간 증권사가 선정될 현대건설이 최우선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의 M&A 파괴력은 이미 시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식만 있어도 관련업체 주가가 출렁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새주인을 찾은 동해펄프다. 부지난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인근에 위치한 동해펄프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 등으로 동해펄프 주가가 한때 초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인수포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다.

현대중공업이 M&A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자금과 변화된 정치지형으로 압축된다.

우선 조선업호황에 따라 내부 유보금이 5-6조원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신정부에서 추진하는 경제정책 및 이명박 당선자와의 관계 등도 현대중공업으로 볼 때 긍정적이다.

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의 총액출자제한제도 완화도 현대건설이나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기업들을 인수하는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M&A로 몸집을 극대화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같은 모델이 신정부에서는 현대중공업으로 낙점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제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파괴력은 조만간 현대건설 등 매머드급 M&A가 가시화됨에 따라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