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사의를 표명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취임 전부터 뒷말이 많았다.전임 김승규 원장이 '그 사람만은 (원장이 돼선) 안 된다'고 지목한 사람이 바로 김만복 원장이었다는 소문은 대표적인 뒷말이었다.국가최고 정보기관 수장이 될 사람에게 치명적인 이 같은 소문은 뒤에 쏟아질 악평의 예고탄이었다.

김 원장은 2006년 11월 취임 이후 국정원장이 했다고 믿기 어려운 악평거리를 스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가 터진 지난해 7월 그는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 모토를 망각한 채 아예 양지에서 활보하고 다녔다.풀려난 인질들과 함께 현지 호텔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한국정부가 테러집단과 협상을 할 것인지 여부에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 때에 몸을 숨기기는커녕 '협상으로 인질을 빼냈다'고 광고하듯 행동했다.

김 원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귀국비행기에서 선글라스를 낀 국정원 협상직원을 동반한 채 기자간담회를 가졌고 우렁찬 목소리로 '실적'을 자랑하기도 했다.국정원은 이후 김 원장의 현지활동 장면이 담긴 CD를 기자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김 원장의 '양지 노출증'은 이후에도 계속됐다.김 원장은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구설에 올랐다.자신의 고향인 부산 기장군의 지역행사를 직접 챙기기 위해 주민들을 초대해 국정원을 견학시켰다.각종 단체 행사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화환을 공공연하게 보냈고 중학교 동창회 홈페이지에는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결국 대선직전 평양에 들어가 김양건 북한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을 스스로 유출한 사건은 과다노출증의 완결판인 셈이다.

김 원장을 포함해 그동안 28명의 국가안전기획부장과 국정원장이 재임했다.하지만 이 사람이야말로 정보기관 수장다웠다고 기억할 만한 인물은 없다.오히려 망명,구속으로 불행한 종말을 맞은 사람이 더 많았다는 느낌이다.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정보최고책임자는커녕 국민이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국정원장은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차기정부에선 '미스터 나이스(Mr.NIS)'가 나오길 기대한다.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