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믿었던 소비마저 흔들리면서 경기 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이미 침체에 들어섰거나 빠져들기 직전"이라며 "침체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밝혔다.상당수 전문가들도 그린스펀의 지적대로 경기침체 확률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는 등 갈수록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여전히 성장률이 둔화되겠지만 침체에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내놓고 있다.그렇지만 이들도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침체에 들어설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전 FRB 의장)=경기가 이미 침체에 들어섰거나 침체에 들어가기 직전으로 판단된다.경기침체 확률은 50%가 넘는다.경기침체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지만 침체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이런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드러난 것으론 작년 12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와 12월 실업률을 꼽을 수 있다.ISM 제조업 지수는 47.7로 50을 밑돌았다.50 이하는 제조업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경기 침체 길목에 들어선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다른 지표는 작년 11월 4.7%에서 12월엔 5.0%로 높아진 실업률이다.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설 무렵 실업률은 급속히 높아졌다.


◆데이비드 위스(S&P 수석 이코노미스트)=펀더멘털로 보면 경기는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작년 말만 해도 경기침체 확률을 40%로 봤다.그러나 지난 4일 발표된 12월 고용지표를 보고 침체 확률을 50%로 높였다.올해 S&P500 지수 예상치도 당초 1650에서 1560으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 둔화 등 상반기 경제는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다.물론 사전적 의미의 경기 침체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그렇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경기 침체가 도래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경기 침체를 좌우할 핵심 요소는 역시 소비다.주택경기 침체가 무서운 것은 소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작년 소비는 고유가와 주택경기 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그렇지만 올해는 다르다.고유가와 집값 하락이 장기화된 영향이 크다.여기에다 실업률마저 높아져 아무래도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손성원(전 LA 한미은행장)=이미 침체에 빠져들었다고 본다.작년 말이나 올초부터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경제를 괴롭힌 주택경기 침체,신용 위기,고유가라는 3대 악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인 만큼 침체 상태는 꽤 오래 갈 것으로 본다.이머징 마켓 등 다른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FRB는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등 금리 인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를 추가로 내릴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미 행정부가 감세 등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것도 물론 경기에 도움을 준다.그렇다고 해도 침체를 막아 내지는 못할 전망이다.

◆존 프라빈(푸르덴셜 수석 투자전략가)=미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상반기 성장률은 1.5%에 그칠 것으로 본다.하반기 들어 다소 나아지겠지만 그래 봤자 2.0%에 그칠 전망이다.그렇지만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침체에까지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비록 15일 소비 지표가 좋지 않게 나왔지만 소비가 그런 대로 버텨 줄 것으로 예상된다.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한 고용이나 소비도 급속히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FRB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도 경기 침체를 예방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FRB는 1분기에 기준 금리를 연 4.25%에서 3.5%로 0.7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2분기에 동결하겠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경기가 침체의 나락에 빠지는 걸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