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ㆍ문학ㆍ사회 분야의 인문서 저자들이 대중역사서와 미시문화사 등 말랑말랑한 교양인문서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최근 2주 동안 나온 것만 10여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조선시대 군주의 리더십과 경제ㆍ문화ㆍ생활사 관련서가 특히 많다.

출판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역대 왕들의 지도력에 관심이 쏠린 데다 TV 사극의 인기까지 맞물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더십 관련서의 주목 대상은 세종과 정조.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의 '세종처럼'(미다스북스)은 세종대왕의 국가경영법 중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췄다.

'신하들과의 소통''백성에 대한 헌신''국가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 등 세 관점에서 세종의 진면목을 살피고 '정치하는 요체는 인재를 얻는 것이 급선무' 등의 교훈을 전한다.

역사교양서 분야의 베스트셀러 저자인 이상각씨의 '이도 세종대왕'(추수밭)은 조선의 뼈대를 세우고 장기 로드맵을 제시한 '크리에이터' 세종의 면모를 다뤘다.

이한씨의 '세종,나는 조선이다'(청아출판사)도 세종의 리더십을 집중 조명했다.

수원시 학예연구사인 김준혁씨는 정조와 화성에 대한 역사서 '이산정조,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여유당)에서 문예 군주 정조의 모습과 개혁 정책 추진 과정,개혁 완성을 위해 만든 화성의 실체를 보여준다.

이 밖에 함규진 성균관대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의 '왕의 투쟁-조선의 왕,그 고독한 정치투쟁의 권력자'(페이퍼로드),김경수 청운대 교수의 '조선왕조사 전-한국사에 남겨진 조선의 발자취'(수막새),한정주씨의 '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18세기 조선 경제학자들의 부국론'(다산초당),최형국씨의 '친절한 조선사'(미루나무),주돈식 전 세종대 언론문화대학원 석좌교수의 '조선인 60만 노예가 되다-청나라에 잡혀간 조선 백성의 수난사'(학고재) 등이 잇달아 출간됐다.

조선시대 생활사를 섬세하게 잡아낸 책들도 눈길을 끈다.

'이재난고로 보는 조선 지식인의 생활사'(한국학중앙연구원)는 조선 유학자인 이재 황윤석(黃胤錫ㆍ1729~1791년)의 일기를 소재로 한 것.

'이재난고'는 황윤석이 죽기 이틀 전까지 54년간 쓴 현존 최대 분량의 일기로 조선왕조실록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헌창 고려대 교수는 그의 일생을 경제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면서 "이재는 호남에서 0.5% 내에 드는 최상층 부호였음에도 아들의 교육과 외지생활을 넉넉히 지원하지 못하고 연이은 흉년에는 식생활까지 궁핍해졌는데 이는 낮은 토지생산성에 양반의 의례적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전 현대화의 선두주자인 정민 한양대 교수는 '탐라문견록,바다 밖의 넓은 세상'(휴머니스트)을 내놨다.

14명의 표류자가 일본,대만,유구국(오키나와),안남국(베트남) 등으로 흘러갔다 극적으로 귀국한 사연과 제주 귤감을 본초약물 분류 체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눈 얘기가 흥미롭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18세기 문인 이옥(李鈺ㆍ1760~1815년)의 담배 예찬론인 '연경'(煙經)을 토대로 '연경,담배의 모든 것'(휴머니스트)을 펴냈다.

격무에 시달린 정조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담배를 즐겼다는 등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정민ㆍ안대회 교수의 책을 펴낸 휴머니스트의 선완규 주간은 "조선시대 중에서도 격동적 문예부흥기인 18세기는 근대 이전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적 표지"라며 "그 시대의 정치경제ㆍ사회문화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18세기 지식' 시리즈 10여권을 연달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