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정모씨(39·서울 영등포)는 1년 전 1억5000만원을 빌려 3억5000만원짜리 집을 샀다.

직장생활 10여년 만에 처음 장만한 '내 집'이다.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집값은 제자리인데 은행 이자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학원비도 매달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월급에서 은행빚 원리금과 자녀 교육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정씨는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는 나이 들면 큰 부자는 아니라도 웬만큼 여유를 즐기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느는 게 한숨뿐"이라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열렸지만 우리 국민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전국의 성인 남녀 7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경제적 행복지수(Economic Happiness Index)는 39.9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발표했다.

경제적 행복지수는 각 개인이 느끼는 △경제적 안정(44.6점) △경제적 우위(45.7점) △경제적 발전(46.2점) △경제적 평등(25.9점) △경제적 불안(24.5점) △전반적 행복감(41.7점) 등 6가지 요인을 감안해 산출했다.한국인의 경제적 행복지수를 산출해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 때문이다.물가 상승과 사교육비,주거 비용의 부담이 커진 데다 양극화에 따른 불만,상시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이 심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미래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었다.

'앞으로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하는가'를 묻는 경제적 행복예측지수는 200점 만점에 136점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은 앞으로 6개월마다(매년 6월과 12월) 경제적 행복지수를 조사,발표할 예정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