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욱 삼성SDI 상담역 '구원투수'로
라면시장 한계 … 경영혁신으로 돌파

농심이 '혁신 전도사'로 알려진 손욱 삼성SDI 상담역(전 삼성인력개발원장.63)을 신임 회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3일 농심그룹 관계자는 "삼성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삼성전자를 세계 속의 기업으로 이끈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는 손 전 원장을 회장으로 영입해 14일 취임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손 신임 회장은 1967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30년 넘게 근무하며 기술 혁신을 주도했었다.

농심이 손 회장을 영입한 것은 2003년 이후 국내 식품시장이 포화상태를 맞으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라면 스낵 등 주종 제품을 웰빙형으로 전면 개편,돌파구를 찾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위기의 농심

창립 20년 만인 1985년 라면업계를 평정한 농심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농심에 이상징후가 포착된 건 2004년부터. 농심의 매출은 2004년에 들어서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하락세다.주가도 실적에 대한 실망과 우려를 반영,최근 1년 새 반토막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2005년 30만원대를 돌파했던 주가도 2006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급반전,1년 새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증권사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모멘텀이 생길 때까지 목표가를 하향조정한다'는 리포트를 잇달아 내놓을 정도로 구조적인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에서는 신라면 단일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농심의 수익구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006년 전체 매출(1조5817억원)에서 신라면 한 제품의 매출 비중은 28%를 넘어서는 4500억원 선에 달했다. 신라면 판매가 타격을 입으면 농심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개혁 전도사,구원투수로 등판

농심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700억원을 들여 본사 옆에 농심 R&BD(Reserch & Business Development)센터를 건립했다. 라면을 비롯한 스낵 과자 등 제품 전반을 대상으로 '인스턴트 식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개념 웰빙 식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농심은 손 회장이 식품분야가 아닌 전자부문에서 주로 근무해왔지만 생산기술 및 조직 혁신에 관한 노하우를 쌓아온 점에 주목,영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삼성전자에 몸 담기 전인 1967년 한국비료에 입사,화학분야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농심 오너인 신춘호 회장은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발빠른 적응과 경영혁신이 절실한 상황임을 판단,'한국의 잭 웰치''혁신의 전도사' 등으로 불리는 손 회장을 농심의 변화를 이끌 새로운 인물로 낙점하고 직접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삼성전기.삼성전자.삼성SDI의 프로세스 혁신을 주도했으며 1999년부터 5년간 삼성종합기술원 최장수 원장을,2004년에는 삼성인력개발원 원장을 지냈다.

농심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과 손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닌 걸로 안다"며 " 신 회장이 농심 R&BD센터를 지으면서 손 회장의 자문을 받다가 그의 해박한 경험과 혁신에 대한 열정에 감명받아 영입을 최종 결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