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미분양' 아파트 고르려면 … 분양직원 과장설명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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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금융혜택ㆍ경품보다
立地ㆍ발전전망 비중 둬야
미분양 아파트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10만가구를 넘어서면서 이를 해소하려는 건설업체들의 마케팅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다양한 금융 혜택과 각종 선물 공세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은근슬쩍 과장과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경쟁 단지를 깎아내리는 경우도 많다.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려는 업체들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에 일부 수요자들은 자칫 마음에도 없는 아파트를 사게 될 수도 있다.
넘치는 미분양 속에서 옥석 가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주택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분양대행 업체 직원과 상담을 하다 보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결정도 나중에 보면 후회로 변할 수가 있다.
분양업체 직원들은 내방객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자신이 판매하는 아파트에 계약을 시키려고 한다. 분양업체의 분양 노하우를 알면 잘못된 선택을 최대한 줄이고 자신의 사정에 알맞는 아파트를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구매 이유가 오직 거주목적이라면 상관없지만 투자개념을 염두에 뒀다면 분양업체에서 어떻게 설명을 하던 1000만원짜리 발코니 무료 확장 정도는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분양직원의 말만 믿으면 자칫 낭패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명희씨(가명.35)는 얼마전 수도권의 한 택지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처음 원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단지를 고르게 됐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학교와 붙어 있는 아파트를 사려고 했지만 분양 상담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다.
김씨는 초등학교 옆 아파트로 90% 이상 마음을 정했지만 여러 사람과 상담을 해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학교에서 4블록이나 떨어진 아파트 단지의 모델하우스도 찾아봤다. 그곳에서 상담사가 하는 말이 그럴 듯했다. 상담사는 학교와 맞닿아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아침에 조회한다고 시끄럽게 하고 운동장에서 먼지가 쉴새없이 날아와 살기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 학교가 너무 가까우면 아이가 걸어다니는 거리가 너무 짧아 살이 찔 수도 있다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다소 엉뚱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김씨는 큰 길이 가까워서 남편 출.퇴근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학교와 거리가 있는 아파트에 계약을 했다. 김씨는 요즘 제대로 된 선택이었나를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고 있다.
또 이모씨는 최근 한 택지지구에서 당초 선택의도가 없었던 저층 아파트를 계약했다. 분양 상담사는 노부모님을 모시고 사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노인들은 고층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저층 단지를 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실 이 아파트는 층고제한을 받아 다른 아파트 단지와 달리 고층으로 지을 수 없는 단지였다. 부모님은 지금도 13층에서 큰 불편없이 살고 계시지만 막연한 기대감에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상담사는 또 보통 저층 아파트가 대지지분이 많아 유리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대지지분은 여타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동간 간격이 좁아 답답한 느낌마저 드는 단지였다.
분양 상담사들의 탁월한 언변은 수요자의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문제는 해당 건설업체 소속이 아닌 마케팅업체 직원이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단지로 이전하기 때문에 일부 상담사들의 경우 책임감이 부족할 수 있다. 수수료를 받기 위해 단점을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장점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로열층 고르려면 한 번은 튕겨라
분양 상담사들은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약점으로 파고 들기도 한다.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8%를 훌쩍 뛰어넘는 등 자금부담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싼 가격에 분양받는 것이 아파트값 몇 푼 오른 것보다 낫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발코니 무료 확장,중도금 무이자 등 분양대금을 낮추는 여러 혜택을 나열한다. 냉장고는 물론 김치냉장고까지 제공한다면서 총 분양가 대비 수 천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분양 아파트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분양가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말은 절대하지 않기 때문에 상담사들의 말만 들으면 정말 싸게 사는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해서 제값 주고 사는 셈이 된다.
동.호수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서도 안 좋은 층을 사는 사례가 있다. 분양업자 입장에서는 로열층은 언제든 팔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저층을 먼저 팔려고 한다. 실제로는 로열층이 있으면서도 1~3층만 남았다며 배짱을 부린다. 나보다 더 늦게 계약한 사람이 더 좋은 동.호수를 배정받는 경우가 가끔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는 꼭 계약을 하고 싶은데 10층 이상이 아니면 안되겠다고 말을 하고 나서 기다려보는 것도 요령이다. 하루나 이틀 뒤에 계약 파기 물량이 나왔다며 전화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너무 신뢰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미분양이 많으면 분양업체들은 흔히 주변 중개업소에 물량을 넘겨 준다. 중개업자들은 계약을 대신 성사시켜주는 조건으로 커미션을 받는 탓에 냉정한 판단을 해주기보다 자기가 확보한 물량을 파는데 더 신경을 쓰게 될 수도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계약 초기 노려야
전문가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 고려해야 할 것은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지 첫째도,둘째도 입지라고 강조한다. 아파트 건물 값은 5년만 지나도 감가상각이 되기 때문에 마감재와 조경에 과중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어디에 있는 아파트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단돈 1000만원을 할인받기 위해 투자가치 비전이 취약한 아파트를 사게 되는 실수를 범하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파격적인 상품과 혜택을 준다면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상품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 판교신도시 은평뉴타운 등 유망 단지는 광고도 많이 하지 않았고 금융혜택도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마케팅 전문가들의 판촉기술에 현혹돼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곤란하다"며 "건설업체가 자금 사정이 너무 안 좋아 미분양을 빨리 해소해야 하는 등의 상황이 아닌상태에서 금융혜택을 많이 주는 단지는 주택시장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단지에서 나오는 미계약 물량을 초기에 잡는 전략을 구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立地ㆍ발전전망 비중 둬야
미분양 아파트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10만가구를 넘어서면서 이를 해소하려는 건설업체들의 마케팅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다양한 금융 혜택과 각종 선물 공세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은근슬쩍 과장과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경쟁 단지를 깎아내리는 경우도 많다.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려는 업체들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에 일부 수요자들은 자칫 마음에도 없는 아파트를 사게 될 수도 있다.
넘치는 미분양 속에서 옥석 가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주택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분양대행 업체 직원과 상담을 하다 보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결정도 나중에 보면 후회로 변할 수가 있다.
분양업체 직원들은 내방객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자신이 판매하는 아파트에 계약을 시키려고 한다. 분양업체의 분양 노하우를 알면 잘못된 선택을 최대한 줄이고 자신의 사정에 알맞는 아파트를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구매 이유가 오직 거주목적이라면 상관없지만 투자개념을 염두에 뒀다면 분양업체에서 어떻게 설명을 하던 1000만원짜리 발코니 무료 확장 정도는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분양직원의 말만 믿으면 자칫 낭패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명희씨(가명.35)는 얼마전 수도권의 한 택지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처음 원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단지를 고르게 됐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학교와 붙어 있는 아파트를 사려고 했지만 분양 상담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다.
김씨는 초등학교 옆 아파트로 90% 이상 마음을 정했지만 여러 사람과 상담을 해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학교에서 4블록이나 떨어진 아파트 단지의 모델하우스도 찾아봤다. 그곳에서 상담사가 하는 말이 그럴 듯했다. 상담사는 학교와 맞닿아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아침에 조회한다고 시끄럽게 하고 운동장에서 먼지가 쉴새없이 날아와 살기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 학교가 너무 가까우면 아이가 걸어다니는 거리가 너무 짧아 살이 찔 수도 있다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다소 엉뚱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김씨는 큰 길이 가까워서 남편 출.퇴근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학교와 거리가 있는 아파트에 계약을 했다. 김씨는 요즘 제대로 된 선택이었나를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고 있다.
또 이모씨는 최근 한 택지지구에서 당초 선택의도가 없었던 저층 아파트를 계약했다. 분양 상담사는 노부모님을 모시고 사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노인들은 고층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저층 단지를 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실 이 아파트는 층고제한을 받아 다른 아파트 단지와 달리 고층으로 지을 수 없는 단지였다. 부모님은 지금도 13층에서 큰 불편없이 살고 계시지만 막연한 기대감에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상담사는 또 보통 저층 아파트가 대지지분이 많아 유리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대지지분은 여타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동간 간격이 좁아 답답한 느낌마저 드는 단지였다.
분양 상담사들의 탁월한 언변은 수요자의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문제는 해당 건설업체 소속이 아닌 마케팅업체 직원이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단지로 이전하기 때문에 일부 상담사들의 경우 책임감이 부족할 수 있다. 수수료를 받기 위해 단점을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장점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로열층 고르려면 한 번은 튕겨라
분양 상담사들은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약점으로 파고 들기도 한다.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8%를 훌쩍 뛰어넘는 등 자금부담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싼 가격에 분양받는 것이 아파트값 몇 푼 오른 것보다 낫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발코니 무료 확장,중도금 무이자 등 분양대금을 낮추는 여러 혜택을 나열한다. 냉장고는 물론 김치냉장고까지 제공한다면서 총 분양가 대비 수 천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분양 아파트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분양가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말은 절대하지 않기 때문에 상담사들의 말만 들으면 정말 싸게 사는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해서 제값 주고 사는 셈이 된다.
동.호수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서도 안 좋은 층을 사는 사례가 있다. 분양업자 입장에서는 로열층은 언제든 팔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저층을 먼저 팔려고 한다. 실제로는 로열층이 있으면서도 1~3층만 남았다며 배짱을 부린다. 나보다 더 늦게 계약한 사람이 더 좋은 동.호수를 배정받는 경우가 가끔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는 꼭 계약을 하고 싶은데 10층 이상이 아니면 안되겠다고 말을 하고 나서 기다려보는 것도 요령이다. 하루나 이틀 뒤에 계약 파기 물량이 나왔다며 전화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너무 신뢰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미분양이 많으면 분양업체들은 흔히 주변 중개업소에 물량을 넘겨 준다. 중개업자들은 계약을 대신 성사시켜주는 조건으로 커미션을 받는 탓에 냉정한 판단을 해주기보다 자기가 확보한 물량을 파는데 더 신경을 쓰게 될 수도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계약 초기 노려야
전문가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 고려해야 할 것은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지 첫째도,둘째도 입지라고 강조한다. 아파트 건물 값은 5년만 지나도 감가상각이 되기 때문에 마감재와 조경에 과중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어디에 있는 아파트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단돈 1000만원을 할인받기 위해 투자가치 비전이 취약한 아파트를 사게 되는 실수를 범하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파격적인 상품과 혜택을 준다면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상품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 판교신도시 은평뉴타운 등 유망 단지는 광고도 많이 하지 않았고 금융혜택도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마케팅 전문가들의 판촉기술에 현혹돼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곤란하다"며 "건설업체가 자금 사정이 너무 안 좋아 미분양을 빨리 해소해야 하는 등의 상황이 아닌상태에서 금융혜택을 많이 주는 단지는 주택시장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단지에서 나오는 미계약 물량을 초기에 잡는 전략을 구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