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은행의 예비 지점장들이 모인 곳에 가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바람직한 펀드 투자 방법을 이야기하다 자신들의 자산명세를 적어보라고 했다.그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직장인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지점장들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0%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집 한 채 외에는 특별하게 금융자산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주택가격이 폭등하지 않은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50%가량이어서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이런 모습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40~50대들의 표준적인 상황일 것이다.

결국 지금 40~50대들은 재무계획마저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고령화가 이미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바로 개인연금,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연금의 투자 대상은 주식펀드가 주류를 차지한다.위험을 부담하고 30년 이상 투자해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그래서 펀드 투자의 대부분은 노후자금용이다.당연히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지 않고 나머지 자산은 금융자산으로 구성된다.부모가 사교육비나 자녀 결혼자금으로 지출할 돈이 없기 때문에 자녀들은 대학만 들어가면 독립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40~50대들은 자식에게 과도할 정도로 많이 지출하면서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참으로 궁금하다.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한 달에 30만~40만원을 주식펀드에 적립식 투자를 한다고 해서 재무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펀드 투자는 인생 전체를 놓고 계획을 짜는 것에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한국펀드평가 공동대표 jrw@kf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