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히트곡과 영화들은 관객의 선택이 아니라 제작자의 기계적인 생산에 의해 좌우되지요. 이미 1년 전에 어느 영화가 흥행몰이를 할지 아는 것처럼요. 저는 이번 뮤지컬에서만큼은 음악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9일 뮤지컬 '위 윌 록 유'가 공연되고 있는 런던의 도미니언 극장에서 이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벤 엘튼을 만났다. 한국에서 '미스터 빈'의 작가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영국에서 방송과 공연무대를 넘나드는 명연출가.

'위 윌 록 유'는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음악으로 만든 작품이다. 엘튼은 자신들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했던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로저 테일러와 손잡고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제작사 '트라이베카'의 투자까지 유치했다. 제작비는 700만달러. 런던의 웨스트엔즈 극장가에서 2002년부터 지금까지 2000회가량 공연했고,세계 각국 투어 공연으로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성공작이다.

300년 뒤 글로벌소프트라는 회사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악기 제조와 음악 연주가 금지된 시대. 갈릴레오 피가로와 스카라무시라는 남녀가 저항세력인 보헤미안들과 함께 글로벌소프트에 대항해 그들만의 노래를 세상에 퍼뜨린다는 내용이다.

엘튼은 이 작품을 "록에 관한 모든 것(all about rock)"이라고 표현했다. 젊음과 자유,창의적인 사고를 담은 퀸의 록정신을 이어받는 데에 의의를 둔 것. 뮤지컬의 이름을 다른 히트곡인 '보헤미안 랩소디''섬 보디 투 러브'가 아닌 '위 윌 록 유'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작품 배경은 미래지만 실상은 현재의 획일화된 사회를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위 윌 록 유'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코믹하다.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이런 느낌을 원했기 때문이다. 엘튼은 "이 작품이 지금까지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퀸의 힘도 있지만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 덕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무대도 콘서트 현장처럼 매일 달라진다. 엘튼은 '오페라의 유령''캐츠' 등 배우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정해놓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달리 배우가 자신의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하도록 했다. 그래서 연기의 변화 폭도 넓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위 아 더 챔피온''위 윌 록 유''보헤미안 랩소디'를 배치해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냈다. 곡이 흘러나오면 관객 모두 기립해 손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위 윌 록 유'는 한국에서도 오는 2월 2~2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런던=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