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조직문화의 전환 ② 공유문화를 만들어라

구글 캠퍼스는 총천연색이다. 빌딩 사이 광장에는 빨강 파랑 노랑 파라솔이 즐비하다. 구글 로고처럼 컬러풀한 파라솔 밑에서 구글러(Googlerㆍ구글 직원)들이 점심을 먹는다. 옆 뜰에선 비치발리볼을 하는 직원,부메랑을 날리는 직원,꽃밭을 가꾸는 직원 등….

메인빌딩 로비 천장에는 커다란 모형 비행기가 걸려있다. 복도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는 낙서와 메모로 꽉찼다. 당구를 치거나 체스 또는 포커를 즐기는 직원에서부터 게임기를 조작하는 직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하고 자유롭다. 이 곳이 직장인지,학교인지,아니면 놀이공간인지 헷갈릴 지경이다.구글 스스로 회사 공간을 '구글 캠퍼스'라고 부르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자리잡은 구글 캠퍼스. 이 곳에서 만난 스테이시 설리번 최고문화책임자(CCOㆍChief Culture Officer)도 '구글다운(Googley)' 모습이었다. 캐주얼한 복장에 인디안 문양이 장식된 소파에 앉아 노트북PC를 보고 있었다. 설리번은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협력을 중시하는 것이 구글의 조직문화"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인종,취미,재능,기술 등 배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뽑는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은 물론 운동선수,과학자,의사 출신도 많이 채용한다. 설리번은 "구글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들이 더 많은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창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가 다양한 만큼 폭과 깊이가 어우러지는 'T자형 조직 역량'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CCO로서 다양한 인재들을 어떻게 조직적으로 통합시킬 것인가도 설리번의 과제다. 그녀는 "조직 구성원의 팀워크를 다지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같은 공간에서,같은 팀 구성원으로서 서로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협력하는 환경과 풍토를 만들어 내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설명했다.

협력을 강조하려면 서로 공유하는 것이 많아야 한다. 경험과 정보를 공유해야 팀워크를 잘 다질 수 있다. 구글이 미국 회사답지 않게 직원들에게 맛난 공짜 점심을 주고,회사 내에서 당구 체스 포커를 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설리번은 "구글은 직원들이 재미있고 창조적으로 놀 수 있도록 환상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은 구글러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메인빌딩 1층에 있는 '노네임카페',구글러들이 가장 많이 즐겨 찾는 '찰리스카페',반경 150마일 이내에서 재배된 유기농 채소로 건강식단을 만들어 내놓는 '150' 등 자신이 원하는 식당을 찾아가면 된다. 식사도 하고 당구 체스 포커 등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동질감이 형성된다.

구글의 근무환경은 창조적이면서 팀 지향적이다. 근무시간의 20%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는 20%룰도 주로 팀 단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창의성의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팀이 된다. 개인의 창의성보다는 조직과 집단이 주도하는 '협업을 통한 창의성'이 구글 경쟁력의 핵심이다.

협력과 공유의 문화에 위계질서는 걸림돌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데 그 사람이 인턴이든 엔지니어든 임원이든 관계없다. 직급이 높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더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설리번은 "구글은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아이디어를 주로 채택한다"면서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이 있는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설리번은 "건강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토론하며 설득하는 메커니즘이 있다"고 대답했다. 최고경영자(CEO)에게 도전적으로 질문할 수 있지만 서로 존중하면서 책임지는 자세를 지킨다.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이렇게 결정됐으니 그대로 해!"라고 강요하지 않고 좀 더 큰 그림을 설명하면서 이해시킨다.

세계 각국 5000여곳에 퍼져 있는 구글 지사에도 협력과 공유문화가 적용된다. 설리번은 "구글정신만 갖춘다면 각국의 민속의상을 입든 파자마를 입든 관계없다"면서 "해외지사들이 생동감있고 활력있게 구글문화를 표현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원희 수석연구원은 "구글이 구글 어스,구글 맵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을 수 있었던 데는 내부 외부를 가릴 것 없는 조직통합 능력과 공유 문화가 뒷받침된 덕분"이라고 말했다.마운틴뷰(미국)=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