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각 부처 업무보고가 어제 모두 마무리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이 드러났다.

우선 과감한 규제혁파를 통해 기업환경을 개선하고,이를 바탕으로 설비투자를 부추겨 성장과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출자총액제한의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지주회사 요건 완화,기업세무조사 축소 등 친기업적 정책을 쏟아냈다.

특히 속도를 내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은 그 파괴력이 크고 국가경쟁력 전반을 좌우할 과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유사중복 기능을 가진 부처의 통폐합은 물론 기능 재조정을 통해 작은 정부의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벌써부터 부처별 힘겨루기가 시작됐고,인수위 차원에서 인력 감축(減縮)은 없다는 식의 얼버무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정말 걱정스런 일이다.

과거처럼 정부조직개편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뿐만 아니라 정책조정기능의 강화라는 명분은 자칫 청와대의 지나친 권력 집중을 낳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의 국정 방향 가운데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대학입시에서 정부가 손을 떼고 대학교육협의회로 넘긴 것이 아닌가 싶다.

소위 '3불(不)'로 대변되는 평준화 시책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차기정부의 정책 근간이 자율과 경쟁을 핵심으로 하는 시장기능에 충실하면서 효율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요약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국정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수많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의욕이 앞선 나머지 주요정책을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더구나 지금 국제경제환경이 국제유가 상승을 비롯한 원자재가격 급등 등 물가불안 요인이 어느 때보다 팽배해있는 상황이고 보면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물가불안은 모든 경제정책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당선인은 일단 결심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정책을 실기하지 않고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것은 기대할 만하지만 자칫 급변하는 환경과 여건을 간과한 채 일방통행으로 가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