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사무용 빌딩과 토지를 매입할 때 적용되는 취득.등록세율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다.

고가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인하하는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 매우 민감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봐가며 추진하고,고가주택 기준(6억원 이상)을 상향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오는 7일로 예정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약이행 방안을 보고할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거래세 인하 '적극적'

재경부는 부동산 시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건드릴 수 있는 세금으로 '거래세'를 꼽고 있다.

주택(2.3%)에 비해 두 배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사무용 빌딩과 토지 거래세율(4.6%)을 우선 인하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사업용 토지와 건물에 적용되는 세율이 너무 높아 투자에 부담이 된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며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주택 수준으로 거래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취득.등록세가 지방자치단체 재정 수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세라는 점이다.

취득.등록세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2006년의 경우 취득세가 7조5000억원,등록세가 7조9000억원으로 종합부동산세(2007년 2조2000억원)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며 "거래세를 내린다고 해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지자체 재원보전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양도세는 "신중해야"

재경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중과한 기존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할 방침이다.

다주택자에 대해 보유세를 강화하는 경우 양도세를 낮춰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투기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양도세마저 지나치게 높인 것은 잘못이었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아들인 셈이다.

재경부는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 종부세 부담을 우선적으로 경감시켜 줄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설령 부동산 투기 의사가 없었다 하더라도 정부의 도시계획 때문에 집값이 오른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앞으로는 세부담 능력에 맞춰 세금을 내도록 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강남 개포동 10평대 아파트에서 예전부터 줄곧 거주해온 저소득층에 수백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종부세를 낼 수 없으면 이사가면 된다는 식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종부세를 섣불리 건드릴 경우 서울 강남 등 고가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정기국회가 열리는 10월까지 종부세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되므로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양도세는 '6억원 이하'로 돼 있는 1주택자 비과세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6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반면 양도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6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돼 해당자가 훨씬 많다.

다만 시장의 기대심리를 부추겨 투기가 재발할 수 있는 만큼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는 시기 선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서는 △15년 보유시 양도소득의 45%를 공제하고 있는 현행 '장기보유 특별공제' 폭을 늘리는 방안 △양도소득을 보유연도 수로 나눠 매년 내야 할 양도세액을 계산한 뒤 보유연도 수를 곱해 양도세액을 산출하는 연분연승법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보고할 예정이다.


◆다주택자 중과 "지나쳤다"

재경부는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어느 정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2주택자에게 50%,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60%의 단일세율을 적용해 양도세를 부과하는 마당에 장기 보유에 따른 특별공제(양도소득의 최대 45%)마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투기는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고심 중이다.

재경부는 '2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자'는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의 세법 개정안을 업무보고에서 거론하는 수준에서 검토 의견을 내기로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