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첫 주식시장이 5000억원을 웃도는 무자비한 프로그램 매물 폭탄에 밀리며 급락했다.

2일 코스피지수는 43.68포인트(2.3%) 떨어진 1853.45로 마감했다.

증시 개장 첫날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배당을 받기 위해 지난 연말 유입된 단기 차익거래자가 많아 1월 옵션만기일(10일)까지 1조원 이상의 추가 매물이 예상된다.

하지만 대기 매수세가 만만찮은 만큼 주가 추가 하락 시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프로그램 매물 10일까지 1조~2조원"

이날 프로그램 매물은 5166억원에 달했다.

현물과 선물의 가격 변동을 이용해 안전한 수익을 올리려는 차익거래자들이 베이시스(선물·현물 간 가격차) 하락을 틈타 대거 포지션 청산에 나선 탓이다.

지난 연말 1.9~2.0 수준이던 베이시스는 이날 1.2~1.3으로 떨어지며 차익거래 청산의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프로그램 매물 출회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배당수익을 얻기 위해 지난 연말 현물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연초 청산에 나서는 것은 거의 매년 관찰되는 현상이다.


2007년의 경우 연초부터 1월 옵션만기일까지 1조2000억원,2006년에는 3000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나왔다.

올해는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6조5000억원을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어 프로그램 매물 규모가 예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1월 옵션 만기일인 오는 10일까지 최대 1조5000억원가량의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배당락 직전에 단기 차익을 보고 유입된 차익거래 1조2000억원과 12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포지션 청산 대신 이월(롤오버)을 선택한 투자자들이 1월 만기일 전 청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도 "현물에서 매수세가 받쳐주지 않을 경우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 출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800선은 지켜낼 것"

이에 따라 1월 옵션만기일까지는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1조2000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돼 코스피지수가 6%가량 단기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대부분 1월 코스피지수 저점을 1800~1850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월 증시 저점을 1820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 강현철 연구위원은 "연초라는 기대심리와 글로벌 신용 경색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며 불안정한 장세가 전개될 것"이라며 1월 주가밴드를 1820~1960으로 전망했다.

프로그램 매물로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경우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어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좋은 매수 기회"라고 진단했다.

"지난 연말 주식형펀드로 대규모 신규 투자자금이 유입된 데다 새 정부 취임 등 긍정적인 재료가 많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도 "1월은 조정 국면이 예상되지만 평균 1880선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추가 하락 시 매수 시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신증권은 1월 조정기를 활용해 △신정부 출범 수혜주인 건설주 △연초 제품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철강주 △규제 완화가 예상되는 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