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서 4월로 예정된 총선의 공천 시기 문제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일 "(공천을) 그렇게 뒤로 미룬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지난 1일 방송에 출연,2월 임시국회 이후로 공천을 늦춰야 한다고 시사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여기에 강재섭 대표는 이달에는 물리적으로 공천이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작심한 박근혜=박 전 대표는 이날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구.경북지역 신년하례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상적으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석연찮은 이유로 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을 그렇게 뒤로 미룬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당선인이 (지난 주말 회동 때) 분명히 늦추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보도가 달리 나오는 것에 대해서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 측에서 거론되는 공천 '물갈이'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10년 동안 야당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생을 했느냐"며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정권교체까지 이뤄진 것인데,그런 사람을 향해 물갈이 이야기가 나오는 자체가 대표를 한 나로서는 안타깝고 뵐 면목이 없다"고 각을 세웠다.

강 대표가 이날 "3월9일까지 공천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선거운동 시작을 보름 남겨놓고 발표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도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며 "그래서 행여 정치보복이라든가 그런 것이 있다면 완전히 우리 정치문화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그런 식으로 된다면 경선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이 공천을 늦추자는 이 당선인 측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는 자칫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엔,공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여러 명분을 통해 친박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결국 '밀실공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시각이다.

◆새 정부 안정적 뒷받침을=이 당선인 측은 당선인의 공개적 언급을 계기로 2월 말 공천 착수 계획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의 '희생양' 우려에 대해서도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뒷받침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당선인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선인이 (취임 후 공천을) 얘기한 배경은 총선에서 안정적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달라는 한나라당의 논리가 먹히게 하기 위해 새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의 기대를 높인 상태에서 선거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새 정부에 대한 그런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조기 공천을 한다면 시비만 생긴다"고 주장했다.

정종복 제1사무부총장은 "새 내각의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 개편 등 이 당선자 취임 전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2월에 공천명단이 발표된다면 당이 시끄러워져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