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은 왜 이런 모습이 없었던 거죠? 좋지 않습니까? 화기애애하고 웃고 말이죠.진짜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 같아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모기업 K홍보팀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전경련 회장단 간 오찬간담회 기사가 실린 지난 29일자 조간 신문을 보고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올해로 홍보 7년째인 그는 "각종 신문을 다 읽으며 솔직히 가슴 뭉클했다"면서 "입이 있어도 제대로 말 못했던 지난 시절의 노심초사를 생각하면… 사진도 좋잖아요"라며 새삼 감회에 젖기까지 했다.

K팀장과의 대화를 끝내고 기자는 오찬간담회 기사를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 보았다.

"아무 각본 없이 의견을 개진한 이런 회의는 처음이다" "어이고,오랜만입니다" "줄 선 것 보기 싫어요,이쪽으로 오세요" "오셨군요,힘든 걸음 하셨습니다" "당선자께선 앉아서 하셔도 됩니다" 등.경천동지하지 않은,너무도 평범한 말이었지만 K팀장은 이런 대화 속에서 예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읽었다고 했다.

K팀장의 말대로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도 평소와 달리 자세히 살펴보았다.

사진 속에 등장한 재계 회장들의 입가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이런 저런 사건과 사연으로 속앓이가 심한 몇몇 회장들의 옅은 미소도 스케치 사진 속에 생생하게 잡혀 있었다.

2002년 12월31일 노무현 당선자와 전경련 회장단 간 간담회 직후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이 전했던 썰렁한 분위기는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 이 대변인은 "전경련 건의서를 갖고 온 분이 있었는데 분위기 때문인지 꺼내 놓지도 못하고 도로 가져 가더라"고 전했다.

2007년 12월28일과 2002년 12월31일 사이 달라진 것은 딱 하나다.

지금은 이명박 당선자이고 당시엔 노무현 당선자라는 사람 차이다.

"애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직접 전화해도 좋다"는 사람과 새 정부에 건의하러 갔다가 건의서도 꺼내 보지 못하도록 한 사람의 생각 차이뿐이다.

K팀장처럼 '이런 사소한 것'을 보고 가슴 뭉클해하는 일이 앞으로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