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여느 해보다 변수가 많은 것 같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가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국제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초미의 관심사다.

여기에다 중국경기 침체 가능성,전세계 물가불안 우려,미국 달러를 포함한 주요국 환율의 급변동 가능성 등 대외 악재들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문제가 될 전망이다.

금리가 계속 올라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보다 세심한 경제운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미국 주택경기 침체여부 관심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새해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는 폭발력이 큰 위험요인이다.

미국에서 주택을 담보로 해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의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돈을 빌려준 것은 문제의 발단일 뿐이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신용위험을 분산시킨다는 목적에서 개발한 각종 파생금융상품이 너무 많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이 때문에 위험이 어디에 도사리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지경이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미국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쓴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동결하는 특단의 대책까지 내놓았다.

시장원칙을 위배했다는 비난까지 감수한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에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변동금리부 모기지 대출액이 36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30년 만기다.

처음 2년 동안 낮은 고정금리를 적용하다가 3년째부터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미끼 금리가 적용되는 기간에는 이자 부담이 적지만,최근 들어 미국의 금리상승으로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해부터 파산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서 부실규모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리동결로 서브프라임 관련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등 다른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주택경기가 더욱 나빠지면 주택담보대출 채무 불이행자가 늘어나면서 미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고,전 세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가불안 우려 지속

새해 물가가 매우 불안하다.

국제유가가 어디로 튈지 모를 만큼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곡물을 포함한 주요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곡물 가격은 내년에 50% 정도 급등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슈로더의 크리스토퍼 위크 상품매니저는 "곡물 수급 균형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며 내년 일부 지역의 곡물 작황이 나쁠 경우 가격 폭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글로벌 애그플레이션(agflationㆍ농산물발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08 곡물연도(2007년 9월~2008년 8월) 기준으로 쌀 옥수수 밀 등을 포함한 세계 곡물재고율(재고량/소비량)은 15.2%에 불과하다.

곡물파동이 있었던 1972~73년의 재고율 15.4%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곡물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한국선 PF뇌관 우려

국내에선 80조원으로 추산되는 부동산 PF대출 문제가 있다.

PF대출은 금융회사와 건설회사 시행사 등 주택공급과 관련된 업자들이 얽혀있는 문제여서 이들 업체가 연쇄적으로 부실해질 수 있다.

지난해 주택경기 침체로 한승종합건설과 신일 세종건설 동도 우남 효명건설 등 중견ㆍ중소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졌다.

이들 업체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은 이미 적지않은 상처를 받았다.

PF대출은 계약금 등으로 나가 충분한 담보를 확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동산 PF 관련 대출 가운데 유동화된 기업어음은 18조원,저축은행 대출은 12조원,부동산펀드 대출은 5조원,보험사 대출은 4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부실해지면 금융권 부실을 넘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악의 경우 2003년의 신용카드 대란과 같은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