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사르코지는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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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정부 외치며 법인세 등 경감
"국익이 우선이다" 親美 실용외교
기업 기 살리기ㆍ교육개혁도 비슷
"국익이 우선이다" 親美 실용외교
기업 기 살리기ㆍ교육개혁도 비슷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권 대사는 이 보고서에 스웨덴 모델에 대한 찬사를 가득 담았다.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이뤄냈다'는 논리였다.
이후 스웨덴은 참여정부의 벤치마킹 국가가 됐고 성장보다 복지에 방점을 찍는 좌파적 '큰 정부' 논리가 노 정부 5년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
10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수평적 교체를 이뤄낸 '이명박 정부'를 규정할 해외 모델은 어느 나라일까. 스웨덴 모델을 답습할 가능성은 '제로'다.
네덜란드나 덴마크 등 한때 참여정부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강소국(强小國)'도 교과서로 활용하기엔 부적절하다.
물론 모든 정권이 매번 특정 국가를 본보기로 삼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이 당선자 측의 공식적인 언급도 없다.
그러나 공약만을 보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MB노믹스(당선자의 영문 이니셜 MB+Economics)'의 골격이 사르코노믹스(Sarkonomics:사르코지의 경제노선)와 흡사하다.
우선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이 닮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하자마자 비대한 정부 조직에 메스를 댔다.
장관 수를 30명에서 15명으로 대폭 줄였다.
최근엔 작은 정부 구상의 종합판인 '100가지 정부 개혁조치'를 내놓았다.
이 당선자 역시 날씬한 정부를 약속한다.
정부 예산의 10%가량인 20조원을 줄이겠다는 게 목표다.
이처럼 두 지도자의 지향점이 같은 것은 처한 상황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 6200만명의 프랑스는 교육ㆍ의료 공무원 등을 합쳐 공무원 숫자만 510만명이나 된다.
한국 역시 참여 정부를 거치면서 공무원 수가 2만명 이상 불었다.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가 나온 지도 오래다.
세제 개혁의 방향도 유사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배우자에 대한 상속증여세를 면제하고 직접세 최고 한도를 종전 60%에서 50%로 끌어 내렸다.
기업의 법인세(33%)는 임기 중 5%포인트 이상 낮출 방침이다.
부유세에 해당하는 '사회연대세' 부담도 완화했다.
이 당선자도 법인세 최고한도 인하(25%→20%),유류세 10% 인하,각종 준조세 항목 정비 등을 추진한다.
한국판 부유세인 '종합부동산세'도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좌파 복지모델의 정점에 있던 스웨덴마저 부유세를 폐지하는 마당에 종부세의 골격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양측의 대외정책 방향이 모두 '실용외교'로 수렴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와 '죽음의 키스'를 했다는 비아냥까지 들으면서도 국익 우선의 정책을 꿋꿋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욕 먹은 대가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졌다.
리비아에 110억원어치의 프랑스 제품을 팔았고 중국 모로코 알제리 등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친미(親美)'라는 항목도 공통분모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푸들'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나는 미국인의 마음을 다시 얻고 싶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 당선자가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실리외교를 강조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
기업의 기를 살려야 경제가 산다는 명제에도 두 사람의 뜻은 통한다.
'평준화'의 틀을 깨고 학교에 경쟁의 불씨를 지펴야만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데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것도 한 색깔이다.
헝가리 이민자의 아들인 사르코지는 프랑스 엘리트들이 다니는 그랑제콜이 아닌 일반 대학(파리 10대학) 출신으로 비주류라고 할 수 있다. 이 당선자도 포항 동지상고를 나왔고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전통의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배경이 행동의 파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르코지는 프랑스인들이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 조깅을 즐긴다. 이 당선자는 기존의 대통령과 다른 어떤 스타일을 보일지 주목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