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다 갈매기는> 제목을 되뇌며 생각했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어디로 날아가더라. 희망에 찬 아침 바다를 노 저어 가는 반복 후렴만 또렷하게 떠오르고 중간의 가사들은 머릿속에서 아주 사라져 버렸다. 어린 시절 동요는 이제 오래된 멜로디만 남았다.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으로 대구를 이룰 것이 분명한 구절과 단어들을 상상했다. 동요는 분명 희망, 행복 같은 단어들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작은 어촌 마을의 일상을 동요로 배울 테니까. 파랗게 출렁이는 바다, 등고선처럼 표시된 파도, 작은 고깃배, 어부들은 함박웃음으로 물고기 가득한 그물을 끌어 올리고 하늘에는 갈매기가 날 것이다.그러나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어린 날 상상했던 그 항구로 향하지 않는다. 대신 도착한 곳은 ‘그래도 죽을 수는 없는’ 사람들이 고여 있는 곳, ‘제정신이면 떠나야 하는 곳’이다. 뱃전에 앉아 있는 용수(박종환)는 무력하다. 남루한 미래를 상상해서 그럴 것이다. 그의 베트남 출신 아내는 임신했는데, 아이를 낳으면 이 마을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의 미래에는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그의 인생은 이미 망한 것 같다. 생각은 자꾸 같은 지점에서 막힌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돈만 해결되면, 그러면 모든 것이 풀릴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사라지고 실종/사망 보험금이 나오면 그것이 가족들에게 ‘선물’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그러나 용수는 놓친 게 많다. 아들을 잃은 여자(양희경)가 얼마나 집요해질 수 있는지, 남편을 잃은 여자(카작)가 얼마나 위태로워질 수 있는지, 무엇보다 보
‘동양화의 위기’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게 1980년대다. 그 후 40여년이 흘렀다. 지금 미술이란 말을 들었을 때 수묵화부터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렇다고 먹의 향기가 주는 매력까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별미로서의 동양화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짙고 옅은 먹빛만으로 험준한 산과 굽이치는 강, 아련한 물안개를 담아내는 수묵화의 여운은 번잡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우아한 휴식을 준다. 아쉬운 건 이런 수묵화의 매력을 직접 느낄 기회가 드물다는 점. 절대 다수의 전시가 주류인 서양미술 위주기 때문이다.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별미’는 모처럼 수묵화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전시’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기획한 이 전시에는 한국과 중국을 각각 대표하는 수묵채색화 총 148점(한국 74점, 중국 74점)이 나와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중국 수묵화. 우리나라로 치면 국보인 국가 1급 문물 5점을 비롯해 2급이 21점, 3급 작품 6점 등이 한자리에 나와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32점에 달하는 중국 국가문물 회화가 국내에 소개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중국 ‘국보급 수묵화’의 향연1층에 있는 중국화 1부 전시를 가장 주목할 만하다. 중국 국가문물들이 모두 모여 있는 전시관이다.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1급 문물 5점을 본 중국인 관람객들이 ‘어떻게 이런 작품들이 한국에 모였냐’고 놀랄 정도로 귀한 작품들”이라고 말했다.대표적인 작품이 치바이스의 수묵화 ‘연꽃과 원앙’이다. 치바이스는 ‘중국의 피카소
고흐는 고갱과 노란 집에서 예술가 공동체를 이룬 후 ‘의자’라 이름 붙인 두 점의 유화를 남겼다. 작품 <고흐의 의자>(1888년)와 <고갱의 의자>(1888년)를 통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함을 나타냈다. 고갱은 그에 응하여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 고흐>(1888년)를 작업했다. 이후 고흐는 극심한 불안 증세를 겪게 된다. 그리고 고갱을 떠나보낸 후에도 <빈 의자> 소묘 다섯 점을 남겼다.적과의 동거고흐는 점차 지쳐갔다. 일방적으로 자기 회화 방식만을 강요했던 고갱에게 그 억눌렸던 감정을 분출했다. 권위적인 고갱에게 두 점의 의자 그림으로 도발한 것이다. 우선 <빈센트의 의자>에서 고흐는 고갱이 강조했던 거친 황마로 된 캔버스를 거부하고 익숙한 임파스토 기법을 사용했다.그뿐만 아니라 격렬한 색상들을 다시 끌어들여 붉은색 바닥, 파란색 문, 하늘색 벽, 선명한 노란색 의자를 그렸다. 이 방식은 솔직히 고갱이 경멸하던 것이었다.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바닥과 골풀 방석, 통통한 다리, 그리고 뭉툭한 발치를 배치했고 목재 속 옹이와 문 경첩까지 묘사했다. 의자 위에는 담배와 파이프를 그려 넣었다.반면 <고갱의 의자>에는 황마로 된 캔버스에 윤곽을 그리되 고갱이 비난하던 색조의 혼합, 그러니까 호두나무 의자에는 갈색과 보라색을, 바닥에는 빨간색을, 벽에는 강렬한 진녹색을 임파스토로 그렸다. 캔버스 밖으로 뚫고 나올 정도로 의자의 앞다리 하나를 힘차게 표현했다. 타오르는 양초와 책 두 권을 의자에 올려 두었는데, 책은 고흐가 이전에 아버지의 성경 그림에 저항적으로 대립시켰던 에밀 졸라의 소설책 <삶의 기쁨>처럼 노란색이다.고흐의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