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밀가루 가격을 대폭 인상함에 따라 밀가루를 재료로 사용하는 라면 및 제과.제빵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가격 인상을 미뤄오던 롯데제과는 이달 말부터 마가레트 카스타드 등 비스킷과 스낵 등 전 제품을 15~30% 인상할 계획이다.

지난 9월 라면 제품을 7% 인상한 오뚜기는 추가 인상 폭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오리온 등 다른 제과업체들도 이달 말부터 제품 값을 10~30%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과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부대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재료값 인상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매년 말 밀가루 공급업체와 납품 가격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밀 외에 다른 곡물의 국제 시세도 급등 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식품업계의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 도미노도 우려되고 있다.

옥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전분당의 최대 공급 업체인 대상 관계자는 "올해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국제 가격 상승으로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화한 국제 곡물시장발(發) 인플레

유가 등 에너지 가격 못지 않게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 곡물 시세가 마침내 국내 물가에 본격적인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지난 상반기 중 10~20% 가격을 인상했고,과자와 식용유 업체들은 10월 중 가격을 10~35% 슬그머니 인상했다.

일부 제품은 가격은 그대로 두되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값을 올리는 효과를 냈다.

해태제과는 10월 꿀호떡(140㎖)을 560원에서 760원으로 35.7% 올렸다.

사조ONF는 해표식용유(1.7ℓ)를 3870원에서 4300원으로 11% 인상했다.

크라운제과는 지난달 1000원짜리 죠리퐁을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200g에서 184g으로 줄였다.

롯데제과는 400원짜리 꼬깔콘을 47g에서 42g으로 줄였다.

이들 업체는 국제 유가 인상 여파로 보유 중인 트럭 등의 운송비 상승분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에너지.곡물의 국제 시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내년도 원자재 가격을 올해 수준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짰기 때문에 가격이 추가 인상될 경우 한계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품 아이스크림 등으로 파급 확산

곡물 가격 상승은 유제품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가축에서 파생하는 우유와 치즈,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것.유제품 등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50~100%에 이르고 있는 아이스크림의 경우 지난 9월 업체들이 일부 제품 가격을 25~40%가량 올렸으나 콘 아이스크림 등 나머지 제품도 내년 2~4월 중 30~50% 범위에서 값을 올릴 계획이다.

빙과업체 관계자도 "내년 중 아이스크림 가격은 50% 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탄올 원료로 사용하는 옥수수 재배 면적이 늘고 오렌지 재배 면적이 줄면서 오렌지 농축액 수입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오렌지 농축액 수입 가격은 올 들어 11월 말까지 캘리포니아산은 50%,브라질산은 172%나 뛰었다.

음료회사인 웅진식품 관계자는 이에 따라 "오렌지 음료 가격을 조만간 20~30%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 등 부재료 가격도 올 들어 11월 말까지 50% 정도 올라 식품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박스 등의 거래처를 국내 업체에서 중국 업체로 바꾸기 위해 물색 중이다.

◆우려되는 국제 곡물 시세 추가 상승 예보

업계는 밀 옥수수 콩(대두) 등 주요 곡물의 국제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밀 가격은 지난해 말 부셸당 4.76달러에서 7일 현재 8.72달러로 83% 상승(시카고선물거래소 기준)했다.

콩은 같은 기간 6.69달러에서 11.08달러로 65% 상승했다.

옥수수는 하반기 들어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7월23일 부셸당 3.1달러에서 7일 3.97달러로 28% 뛰었다.

주요 밀 생산국인 호주는 가뭄으로 인해 연간 생산량이 2300만t에서 절반 이하인 1200만t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유럽과 러시아도 올해 작황 부진으로 평년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유재혁/김진수/장성호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