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BBK 사건'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된 5일 중구 남대문로 이회창 캠프 사무실은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장 '이명박 대세론'을 차단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캠프 내 일부 참모들은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한나라당이 제기한 '후보 사퇴' 주장에 대해선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검찰의 BBK 수사 결과에 대해 "범국민 저항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앞서 후보 단일화 선언 이후 국민중심당 측과 처음 가진 고위전략회의에서는 대선 승리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총선을 위한 창당 작업에 나설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연대는 단순히 제가 대통령이 되는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며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의 연대를 통해 우리 정치 지평을 넓히고 정치지도를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도 충청권에 기반한 '보수신당' 창당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명박 후보 '흔들기'와 총선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캠프 주변에선 이번 검찰 발표가 '창당' 수순을 앞당기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캠프 고위 관계자는 "접촉 가능한 모든 보수진영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총선까지 염두에 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정치적 '세(勢)' 확산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사실상 총선을 겨냥한 창당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 후보 측은 5일과 6일 예정된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또 이 후보 지지자를 중심으로 검찰 항의 방문과 촛불시위 등을 하기로 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