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 출입 기자단과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이 최근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입학처장들은 현행 대입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주요 대학들이 내신의 등급별 격차를 미미하게 반영해 '내신 중심의 2008학년도 대입'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입학처장들은 "내신을 제대로 설계했다면 왜 쓰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A대 입학처장은 현재의 내신이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세밀하게 측정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일선고교들은 일부 과목의 경우 학생 수준에 따라 나뉘어 수업을 하고 있지만 시험은 학생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한 방법으로 우열을 매긴다"며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시켰다는 사실을 시험 결과로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B대 입학처장도 A대 입학처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다양한 수준의 수업을 골라 듣고 자신에게 맞는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대안"이라며 "내신제도가 이렇게 바뀌면 대학은 학생들이 수강한 과목의 종류와 수준,성적 향상 속도 등을 감안해 총점이 낮은 학생이라도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선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신의 세분화를 주장하는 입학처장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기자들은 현실성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와 관련,C대 입학처장은 "직장을 잡지 못한 석·박사들을 대거 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교원임용제도를 바꾸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 생각한 후 "고교등급제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교사들인데…"라며 이내 말꼬리를 흐렸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정부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게 내신 반영비율을 낮추고 수능을 중심으로 대입을 치른 대학들을 제재할 것이라는 뜻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제재도 좋지만 대학들이 내신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한번쯤 귀담아 들어야 할 듯하다.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당장 내신제도를 바꾸기 어렵다면 중장기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대학을 포용하는 것이 '백년지대계'를 다루는 정부부처가 지향해야할 바른 태도가 아닐런지.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