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들이 들려주는 강남 아줌마 따라잡기] (12) 증권사 큰손, 은행 PB고객보다 과감한 걸~
2003년 처음으로 프라이빗 뱅커(PB)가 되고 나서 PB로만 5년을 근무하다가 최근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증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은행에 근무하면서 고객들에게 "예금보다는 투자를 하라"고 권유해 왔다는 점에서 '증권사 지점장이라는 자리가 내 몸에 더 잘 맞는 옷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도대체 증권사 점포를 이용하는 큰손 고객들은 은행의 PB고객들과 투자 성향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증권사 지점장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필자에게 이 질문은 가장 궁금한 사안 가운데 하나였다.

무엇보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을 수 있어야만,좀 더 좋은 '증권맨'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우선 증권사 점포를 찾는 고객들이 굴리는 돈의 단위는 PB센터를 주로 이용하는 강남 아줌마들에 비해 비교적 작은 편이다.

한 지점에 5억∼10억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 정도면 최상위 고객에 해당하는데,PB센터 고객의 경우 최소 10억원 이상을 굴린다.

하지만 굴리는 돈의 규모가 작다는 사실을 재테크 실력의 차이로 곧바로 연결시키면 안된다.

은행 PB센터에서 얻을 수 없는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증권사를 찾는 사람들인 만큼 투자환경 변화라던가,최신 투자 트렌드에 대해서는 은행 고객들보다 민감한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증권사 큰손 고객들의 경우 금융상품의 비중이 은행고객들보다 높은 게 일반적인 특징이다.

PB센터를 찾는 고객들의 관심사가 부동산에서 펀드로 넘어온 지 1년 정도밖에 안된 반면 이들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자산 포트폴리오쪽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을 서서히 높여왔다.

서울 서초동의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A씨의 사례를 보자.매매가가 20억원 수준인 사는 집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모두 펀드 등 금융자산으로 굴리는 그는 통상 총자산의 80%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일반적인 거부들과 비교하면 '극단적이다' 싶을 정도로 금융자산 비중이 높다.

2000년대 초반부터 펀드 등 간접투자에 관심을 가져와 2005년에는 국내 주식형펀드,2006년에는 중국펀드 등에 주로 투자하면서 연 50% 이상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려왔다.

물론 A씨가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꽤 오랜 기간 아파트나 토지 등을 보유하고 있었지만,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강도가 세지려는 조짐을 보이자 미련 없이 털고 금융자산으로 갈아탔다.

재테크 환경을 면밀하게 분석해 과감하게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투자방식은 무거운 세금을 감내하면서까지 부동산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전통적인 강남아줌마들과는 차이가 난다.

물론 PB센터 고객 가운데도 최근 들어서는 과거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금융상품 지식을 뽐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PB들이 침을 튀겨가며 열심히 특정 금융상품을 소개해도 심드렁한 표정만 짓고 있다가 "주식은 믿을 수가 없어서…"라며 끝까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신이 투자하기를 원하는 지역의 다양한 상품들을 면밀하게 비교 분석해 PB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PB들이 권유해서 구입한다던가,아무개 엄마가 했으니 나도 하겠다는 식의 '모르쇠'형 투자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필자는 멀지 않은 기간에 PB센터와 증권사 객장이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변모해가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해본다.

좀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PB고객들의 경우 지금보다는 좀 더 공격적인 스타일로 금융상품 투자를 강화해 나갈테고,증권사에서 종합자산관리를 받기를 원하는 큰손들의 경우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방식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 상에서 부동산 비중을 조금씩 높여나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미'투자자 입장에서 이점은 반드시 기억해두는 게 좋다.

좋아하는 투자대상에 차이가 날지는 모르겠지만,돈 버는데 '귀신'인 강남아줌마들의 기본적인 투자마인드라던가,투자방식에는 통하는 구석이 많다는 점을….

앞서 예로 들었던 A씨의 경우 금융상품의 투자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금융상품 투자자 치고는 꽤나 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은 PB센터 고객들과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실제 A씨는 6개월에 한 번 정도 상품별로 심도깊게 수익률 체크를 하지만,기본적으로 한 상품에 투자를 하면 2년 정도는 들고간다고 한다.

한번 투자를 하면 자식세대에 물려줄 생각까지 할 정도로 초장기 투자를 하는 성향을 보이는 '땅부자'들과 어찌보면 비슷한 셈이다.

확실히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예금과 부동산밖에 모르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품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는 전문가에게 맡기기만 하는 투자는 위험하다.

스스로 전문가가 돼 적극적으로 투자관리에 나서야 한다.

성장 가능성있는 지역에 대한 꾸준한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는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건,증권사를 선호하는 사람이건 간에 모든 투자자의 기본자세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철민 미래에셋증권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