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중국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홍콩 H지수가 18% 이상 하락하는 등 중국펀드의 수익률 악화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국펀드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됐던 점을 감안,자금 이탈이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시장의 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는 데다 향후 성장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유망하기 때문에 최근 투자해 손실을 본 단기 투자자들은 환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펀드 환매 본격화

28일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하루 동안 중국펀드에서 60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중국펀드인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1종류A에서 213억원,봉쥬르차이나주식2종류A에서 142억원,봉쥬르차이나주식1에서 82억원이 줄었다.

중국펀드는 지난달에만 5조8000억원 증가하는 등 규모가 16조707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는 전체 해외 펀드의 31.0%나 된다.

그러나 지난 20일 처음 자금 유출이 발생하더니 21일 206억원에 이어 26일 609억원, 27일 739억원 등으로 계속 유출되고 있는 추세다.

중국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상당수의 장기 투자자들이 이미 기대 이상의 수익을 냈기 때문에 환매 욕구가 충만한 상태인 데다 최근 중국펀드의 수익률 악화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중국펀드는 27일 기준으로 최근 6개월 수익률이 46.23%,1년 수익률 80.16%,2년 수익률은 182.17%나 된다.

1∼2년의 장기 수익률은 다른 어떤 해외 펀드보다 높다.

반면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3.87%로 해외 펀드 중 가장 나쁘다.

따라서 장기 투자자들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단기 투자자는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환매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중국시장에 과도한 자산 배분을 한 투자자라면 이번을 계기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최근에 투자한 단기 투자자라면 중국시장의 성장성은 여전히 좋기 때문에 환매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홍콩증시는 여전히 유망


국내에서 설정된 중국펀드의 수익률은 H주(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의 주가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이 H주의 주가를 지수화한 H지수는 10월29일 고점인 20,194.14에서 이날 16,287.87로 19.3%나 떨어졌다.

이는 코스피지수 하락률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H지수가 단기간에 80% 이상 오르는 등 급격히 상승한 만큼 최근 조정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MSCI기준으로 H지수의 PER는 18배까지 하락했다"며 "오히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투자 매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흠 동부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장도 "PER나 중국 기업의 이익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지금이 오히려 매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홍콩 증시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유동성 해외 분산 정책의 최대 수혜지기 때문에 지수 22,000대까지는 충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봉쥬르차이나펀드를 운용하는 BNP파리바의 클라우드 티라마니 펀드매니저는 "내년 2월이나 3월 전국인민대회에 맞춰 개인의 해외 주식 취득 허용 등의 구체적인 정책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내년 설 이후 랠리를 기대하면서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