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왕징에 있는 잉허증권 객장.금연이라는 표시가 붙어있지만 담배 연기가 가득하다.

대형 시세판 앞 100여개의 좌석이 꽉차 통로에 낚시용 간이의자를 들고와 앉은 사람들도 많았다.

객장에서 만난 장씨(44)는 "다시 오르지 않으면 손해가 너무 크다"며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은 괜찮지만 나처럼 손해를 본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발을 굴렀다.그는 그러나 "올초에도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올랐으니까 이번에도 오를 것"이라며 기대를 접지 않았다.

객장은 붐볐지만 증시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었다.

10월8일 새로 증권계좌를 개설한 사람은 25만9000명이었지만 지난 26일에는 15만8000명으로 급감했다.

연초처럼 주가가 하락하면 '쌀 때 사야 한다'며 시장에 뛰어들던 사람이 줄어든 탓이다.

주식을 사볼까 하고 객장을 찾았다는 시씨(29)는 "증권사에서는 지금 사두면 좋다고 말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불안해 하고 있다"며 발길을 되돌렸다.

이처럼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된 것은 무엇보다 과잉 유동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7일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내년 경제정책의 과제와 목표를 긴축으로 설정했다.

인플레 방지와 과열된 경기의 진정을 내년 경제 운용의 기본틀로 잡았다.

이에 따라 조만간 경제공작(활동)회의와 금융공작회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구체적인 긴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각 은행들에 내년에도 대출쿼터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쿼터를 어기면서 대출을 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게다가 위안화 환율의 변동폭이 대폭 넓어질 것이라는 둥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이라는 둥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는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국영 기업의 상장과 비유통주의 유통화라는 중국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증시가 어느 정도 안정돼야 한다"며 "버블이 더 큰 문제이긴 하지만 단기 급락을 정부가 방치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가 강력한 긴축 의지를 표명한 이상 단기간에 반등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