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한마디가 기업이나 정치인을 몰락시키고 심지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모든 사람들은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꿈을 꿀 때도 거짓말을 한다'는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 중에서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세기의 거짓말들을 소개했다.

WP가 꼽은 최악의 거짓말쟁이는 2차 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리.1938년 동유럽 점령에 나선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 일부 지역의 점령을 인정해주면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네빌 체임벌린 당시 영국 총리에게 약속했다.

체임벌린 총리는 이로써 전쟁을 막았다며 안도했지만 히틀러는 약속을 깨뜨리고 2차 대전을 일으켰다.

'거짓말하기'의 작가 폴 에크먼은 "히틀러는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고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며 "그의 거짓말이 즉각 탄로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도 거짓말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보여줬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 워터게이트호텔의 민주당 본부에 무단 잠입해 도청하려다 발각되자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그가 범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벨라 디폴로 심리학 교수는 "당시 기본적인 신뢰가 산산조각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를 잘 믿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8년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이 떠오르자 "그녀와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주장했다.

이 거짓말은 그를 궁지로 내몰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파장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예외적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사실을 전해야 할 기자들도 거짓말의 유혹을 비껴가지 못했다.

1981년 재닛 쿡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여덟 살짜리 마약 중독 소년의 이야기를 날조해 퓰리처상까지 받았다.

신문은 '진실은 너무나 귀중해서 가끔 거짓을 경호원으로 대동한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이 있지만 명사들의 거짓말 대부분은 죄질이 무거울 뿐 아니라 그 결과도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