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가 25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등록 첫날인 어제 하룻동안에만 역대 최다인 9명의 후보가 중앙선관위에 등록을 마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오늘까지 이틀에 걸친 후보 등록에 이어 27일부터 펼쳐지는 22일간의 공식선거 운동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선의의 정책경쟁의 장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번 대선이 우리나라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한 선거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 동안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안보적 혼란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 수 있는 미래 비전과 실천력을 가진 지도자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비전과 정책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그것으로 정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이번 대선 과정을 살펴보면 참으로 한심스럽다.

후보들은 국가적 비전과 주요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일방적인 구호 제시와 상대방 흠집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유권자들이 무엇을 판단기준으로 표를 찍어야 할지,후보들의 정책도 제대로 알지못한 채 투표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실패와 보수진영의 분열로 인해 군소 후보들까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BBK 의혹'과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대선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한마디로 대선판도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의혹 부풀리기에 사활을 거는 구태(舊態)정치만 난무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후보들은 지금부터라도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과 정책을 과연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천해 나갈 것인지를 분명히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통해 국가 비전을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들 또한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제대로 평가하는 성숙된 의식을 보여줘야 할 것은 물론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선은 정책 대결의 장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