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과 BBK의혹'의 그늘에 가려지긴 했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저마다 고성장을 약속하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내놓고 있다.

후보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집권할 경우 적게는 6%,많게는 8% 이상의 '장밋빛' 고도 성장을 약속하는 '성장률 공약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그동안 위축됐던 경제주체들의 활력을 북돋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현 잠재성장률이 4%대인 상황에서 6% 이상의 고성장은 '불가능한 뜬구름'이라는 회의적인 분석도 있다.

한국 경제가 다시 고도성장에 진입해 양극화 문제도 크게 해소하고 서민들도 허리를 좀 펼 수 있을까.

주요 후보의 경제성장률을 중심으로 '성장 공약'을 비교해 본다.

◆목표치는 비슷·방법론에서 차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7% 성장률을 목표로 내걸었다.

매년 7%씩 성장해 10년 내에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에 들겠다는 것이 이른바 '747구상'이다.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진 상황이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인재 양성,기업투자 분위기 고취,한반도 대운하 공약,지도자의 리더십 등을 통해 고성장기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내세우는 성장 목표치는 이보다 조금 낮은 6% 안팎이다.

방법론은 많이 다르다.

개성공단 사업 확대와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 등을 통해 저렴한 토지 및 노동력이 공급되면 자연스레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면서 지속가능한 고도성장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북한에 개성공단과 같은 공단을 10개가량 만들어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소기업들을 끌어들이면 7% 성장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과 경협을 내세운 점이 주목된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도 6% 성장이 목표다.

목표 달성은 비교적 단순하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국가 성장동력에 대해 '개방'을 꼽고 "50년을 내다보는 국가 대개조 차원에서 교육과 경찰행정을 자치단체에 넘기는 등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경제성장률 목표를 7%로 잡았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법인세 지방이전 등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실시,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권영길 민노당 후보는 성장률 목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률보다 성장을 나누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기존의 추세성장 5%에 중소기업 재창조를 통한 추가성장 2%,남북경제공동체 구성과 북·미수교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추가성장 1%를 더해 8%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현 가능성은


경제전문가들이 추정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대략 4~5% 수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이 이 수준에 머물렀다.

따라서 후보들이 주장하는 6% 이상의 경제성장률 공약은 '비현실적 숫자 대결'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의 총공급능력,총수요,개별 산업·기업산출의 총합이라는 3각 방정식으로 볼 때 지난 4년 동안 우리 경제 성장은 전문가들의 기술적인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5%대 성장만 해도 매우 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춘 지난 10년 동안 기업투자와 수요측면에서 억제효과가 컸다"며 "그동안 위축됐던 경제주체들의 투자·소비 등이 반등할 수 있도록 합리적 리더십과 기술적·심리적 여건만 만든다면 7%대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