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과 함께하는 알기쉬운 경제] '주고 받는' 금융세계화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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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 금융시장을 괴롭히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미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미국 내 금융 불안은 유럽 및 신흥시장국 금융.외환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나라의 금융시장이 과거에 비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국의 금융시장이 세계적으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을 흔히 '금융세계화(financial globalization)'라고 한다.
금융세계화의 진전 정도는 한 나라의 대외 자산과 대외 부채 규모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 자산.부채 합계액 비율이 지난 30년 사이에 약 3배나 높아졌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고소득 국가의 동 비율 상승이 중간소득 국가에 비해 훨씬 빨라 금융세계화는 주로 고소득 국가들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비율을 주요국별로 살펴보면 세계 유수의 국제 금융센터를 보유한 영국과 미국에서는 대외 자산과 대외 부채가 비슷한 속도로 늘어난 반면 일본과 한국에서는 서로 다른 속도로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된 기간 중에도 대외 부채가 대외 자산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이는 영국과 미국에서 '주고받는' 대칭형 금융세계화가 진전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받기만 하는' 비대칭형 금융세계화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금융세계화의 편익으로는 자금조달의 기회 확대와 자본비용 절감,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이 꼽힌다.
비용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다른 나라 금융 불안이 국내로 빠르게 전염되는 것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로 투자수익이 과도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이 지적된다.
그러나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과 자본이 부족한 신흥시장국이 금융시장 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서로 다르다.
우선 신흥시장국은 부족한 투자 재원을 해외에서 싼 금리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풍부한 자본을 해외 투자로 운용함으로써 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기회를 갖게 된다.
이처럼 자본이 선진국에서 신흥시장국으로 이동함에 따라 신흥시장국과 선진국 경제는 모두 성장하게 된다.
신흥시장국에서는 투자가 확대되고 선진국에서는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주로 받기만 하는' 신흥시장국의 이득은 선진국이 얻는 이득보다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신흥시장국이 산업화에 성공한 이후에는 추가로 투자할 사업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저금리가 지속되면 신흥시장국이 해외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선진국이 해외 투자 다변화를 통해 얻는 자산 이득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신흥시장국도 금융세계화를 통해 보다 큰 이득을 취하려면 점차 '주고받는' 금융세계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이 금융세계화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세계화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는 17세기 네덜란드 금융인들의 태도에서 배울 수 있다.
이들은 자국 선박을 공격하는 해적에게도 자금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적국이었던 영국의 기업과 맺은 계약도 성실히 지켰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축적한 신용은 오늘날 네덜란드가 세계 자본시장의 주요 일원으로 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이 사례는 금융세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방적 자세와 함께 부의 축적을 이루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시장 개방을 통해 금융선진화를 추진하는 우리나라가 금융세계화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인들의 큰 상상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세계 경영의 경험이 일천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주고받는' 금융세계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금융제도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 금융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 규제의 완화뿐만 아니라 민간 연금펀드 등 장기 기관투자가를 육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선진국에 비해 협소한 국내 자본시장은 현재 국내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금융세계화에 임하지 못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켜 자국통화 표시로 외채를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호주와 같이 자국통화 표시로 외채를 조달할 경우 경상수지가 적자인 상황에서도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아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물가가 안정되고 재정이 건전해야 한다.
또한 금융 규제.감독 시스템을 선진화함으로써 해외 금융 불안의 국내 파급 효과를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희식 <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차장 >
그러나 미국 내 금융 불안은 유럽 및 신흥시장국 금융.외환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나라의 금융시장이 과거에 비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국의 금융시장이 세계적으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을 흔히 '금융세계화(financial globalization)'라고 한다.
금융세계화의 진전 정도는 한 나라의 대외 자산과 대외 부채 규모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 자산.부채 합계액 비율이 지난 30년 사이에 약 3배나 높아졌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고소득 국가의 동 비율 상승이 중간소득 국가에 비해 훨씬 빨라 금융세계화는 주로 고소득 국가들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비율을 주요국별로 살펴보면 세계 유수의 국제 금융센터를 보유한 영국과 미국에서는 대외 자산과 대외 부채가 비슷한 속도로 늘어난 반면 일본과 한국에서는 서로 다른 속도로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된 기간 중에도 대외 부채가 대외 자산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이는 영국과 미국에서 '주고받는' 대칭형 금융세계화가 진전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받기만 하는' 비대칭형 금융세계화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금융세계화의 편익으로는 자금조달의 기회 확대와 자본비용 절감,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이 꼽힌다.
비용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다른 나라 금융 불안이 국내로 빠르게 전염되는 것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로 투자수익이 과도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이 지적된다.
그러나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과 자본이 부족한 신흥시장국이 금융시장 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서로 다르다.
우선 신흥시장국은 부족한 투자 재원을 해외에서 싼 금리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풍부한 자본을 해외 투자로 운용함으로써 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기회를 갖게 된다.
이처럼 자본이 선진국에서 신흥시장국으로 이동함에 따라 신흥시장국과 선진국 경제는 모두 성장하게 된다.
신흥시장국에서는 투자가 확대되고 선진국에서는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주로 받기만 하는' 신흥시장국의 이득은 선진국이 얻는 이득보다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신흥시장국이 산업화에 성공한 이후에는 추가로 투자할 사업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저금리가 지속되면 신흥시장국이 해외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선진국이 해외 투자 다변화를 통해 얻는 자산 이득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신흥시장국도 금융세계화를 통해 보다 큰 이득을 취하려면 점차 '주고받는' 금융세계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이 금융세계화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세계화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는 17세기 네덜란드 금융인들의 태도에서 배울 수 있다.
이들은 자국 선박을 공격하는 해적에게도 자금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적국이었던 영국의 기업과 맺은 계약도 성실히 지켰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축적한 신용은 오늘날 네덜란드가 세계 자본시장의 주요 일원으로 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이 사례는 금융세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방적 자세와 함께 부의 축적을 이루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시장 개방을 통해 금융선진화를 추진하는 우리나라가 금융세계화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인들의 큰 상상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세계 경영의 경험이 일천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주고받는' 금융세계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금융제도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 금융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 규제의 완화뿐만 아니라 민간 연금펀드 등 장기 기관투자가를 육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선진국에 비해 협소한 국내 자본시장은 현재 국내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금융세계화에 임하지 못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켜 자국통화 표시로 외채를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호주와 같이 자국통화 표시로 외채를 조달할 경우 경상수지가 적자인 상황에서도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아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물가가 안정되고 재정이 건전해야 한다.
또한 금융 규제.감독 시스템을 선진화함으로써 해외 금융 불안의 국내 파급 효과를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희식 <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