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시장 끝없는 침체 ‥ 오치균그림 한점 값이면 변관식 두점 구입?
한국화와 서양화 작품 가격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서양화에만 매기가 붙는 반면 한국화 작품 가격은 떨어지거나 정체돼 있는데 따라 상업화랑들의 전시회조차 자취를 감추는 등 '한국화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근대한국화 대표 작가로 꼽히는 청전 이상범,소정 변관식,의제 허백련,이당 김은호 등의 작품 가격은 1997년에 비해 3분의 1 선으로 하락한 가운데 30~50대 서양 화가들의 작품값은 급등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 변관식의 40호(100×72㎝)크기 수작이 9000만원 선에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는 반면 서양화 중견작가 오치균의 비숫한 크기 최상품은 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한국화 대가와 서양화 중견 작가의 작품값이 무려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또 허백련 김은호 등의 40호 크기 작품가격(1000만~2000만원) 역시 김동유 홍경택 사석원 등 젊은 서양 화가의 작품가격(2400만~3500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벌어진 상태다.

허백련 김은호는 근대 한국화의 한 획을 그은 거장이지만 김동유 홍경택 사석원 박성민 등은 최근 2~3년 동안 주목을 받은 작가들이다.

이처럼 한국화 시장이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최근 미술시장에 뛰어든 30~40대 초보 투자자들이 환금성이 떨어지는 한국화보다는 경매시장에서 쉽게 되팔 수 있는 서양화 위주로 컬렉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한국화가 아파트 빌라 등 현대식 건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구입을 기피함으로써 상업화랑들이 전시회를 꺼리는 것도 한국화와 서양화의 가격 차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갤러리 현대를 비롯해 가나아트 갤러리,국제 갤러리,예화랑 등 대형 화랑들은 한국화 전시회를 단 한차례도 열지 않았고,선화랑은 지난 9월 한국화 4인전,우림화랑은 지난 3월 '운보 김기창'전을 여는 데 그쳤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서양화에 밀려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위축된 한국화 시장이 이대로 가다가는 고사될 수밖에 없다"며 "미술시장에서는 인기 서양화 작가의 작품 한점 값이면 한국화 대가의 작품 2~3점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바닥"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대표도 "중국이나 일본에서 전통회화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화도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며 "한국화시장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고질적인 위작 논란을 잠재우는 공신력 있는 감정시스템을 도입하고 정책정인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