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정권말 위기둔감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권 말기는 경제위기로 점철됐다.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물결에 어설피 올라탔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세계화 구상'에 취해 준비없는 개방으로 정권말기인 1997년 말 외환을 바닥내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남발을 유도,카드대란을 초래했다.
'눈물의 비디오'를 찍으며 외환위기를 탈출했지만 말기인 2002년 단기부양의 유혹에 빠져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외환위기 못지 않은 충격이었다.
위기 징후를 무시한 탓이다.
안팎의 경고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 한국 사회가 또다시 위기 둔감증에 걸려 있다.
위기의 조짐들은 분명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기세다.
미국 경제는 침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경제를 캄캄한 터널 속으로 빠뜨릴 수 있는 초대형 악재들이다.
그런데도 앞날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구조가 바뀌어 더이상 오일쇼크는 없다느니, 중국경제가 잘 나가는데 미국이 휘청거린다고 대수냐느니 하는 안이한 주장들만 난무한다.
그건 아니다.
유가 상승은 세금만큼 무섭다.
기업은 원가가 고스란히 오른다.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그만큼 수익이 준다.
개인은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렵다.
유가는 최근 석달 새 25%나 올랐다.
1973년과 1979년에 터졌던 석유파동이 단기쇼크였다면 지금의 유가 상승은 지속적인 부담을 줄 공산이 크다.
여기에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악령이 끈질기게 괴롭힌다.
월가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쫓겨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때문이다.
집값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도 위협받고 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지난 25년간 미국 경제를 이끌어온 성장엔진이기도 하다.
설마 설마하지만 그 엔진이 식을 것이라는 걱정이 늘어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얼마 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존슨의 경고는 섬뜩하다.
"퍼펙트 스톰(초강력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전령 노릇을 하는 뉴욕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그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 증시도 비실거린다.
시장은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되오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를 죄어오는 유가 상승과 미국경기 침체라는 이중 악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파괴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혼돈의 대선판이 위기 경보를 무력화시켰다.
주가조작의 근원지인 투자자문사 'BBK' 공방 등 수수께끼 같은 이슈들로 국민들의 눈과 귀가 무장해제됐다.
정부는 내년에도 5% 정도 성장할 것 같다는 낙관적 전망에 기대고 있다.
최악에 대비하는 모습이 아니다.
김영삼ㆍ김대중 정부 말기에 겪은 경제 위기는 사전 경고를 외면한 데 대한 시장경제의 보복이었다.
또다시 그 보복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 내년 경제를 걱정해야 할 때다.
고광철 국제부장 gwang@hankyung.com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물결에 어설피 올라탔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세계화 구상'에 취해 준비없는 개방으로 정권말기인 1997년 말 외환을 바닥내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남발을 유도,카드대란을 초래했다.
'눈물의 비디오'를 찍으며 외환위기를 탈출했지만 말기인 2002년 단기부양의 유혹에 빠져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외환위기 못지 않은 충격이었다.
위기 징후를 무시한 탓이다.
안팎의 경고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 한국 사회가 또다시 위기 둔감증에 걸려 있다.
위기의 조짐들은 분명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기세다.
미국 경제는 침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경제를 캄캄한 터널 속으로 빠뜨릴 수 있는 초대형 악재들이다.
그런데도 앞날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구조가 바뀌어 더이상 오일쇼크는 없다느니, 중국경제가 잘 나가는데 미국이 휘청거린다고 대수냐느니 하는 안이한 주장들만 난무한다.
그건 아니다.
유가 상승은 세금만큼 무섭다.
기업은 원가가 고스란히 오른다.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그만큼 수익이 준다.
개인은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렵다.
유가는 최근 석달 새 25%나 올랐다.
1973년과 1979년에 터졌던 석유파동이 단기쇼크였다면 지금의 유가 상승은 지속적인 부담을 줄 공산이 크다.
여기에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악령이 끈질기게 괴롭힌다.
월가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쫓겨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때문이다.
집값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도 위협받고 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지난 25년간 미국 경제를 이끌어온 성장엔진이기도 하다.
설마 설마하지만 그 엔진이 식을 것이라는 걱정이 늘어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얼마 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존슨의 경고는 섬뜩하다.
"퍼펙트 스톰(초강력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전령 노릇을 하는 뉴욕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그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 증시도 비실거린다.
시장은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되오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를 죄어오는 유가 상승과 미국경기 침체라는 이중 악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파괴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혼돈의 대선판이 위기 경보를 무력화시켰다.
주가조작의 근원지인 투자자문사 'BBK' 공방 등 수수께끼 같은 이슈들로 국민들의 눈과 귀가 무장해제됐다.
정부는 내년에도 5% 정도 성장할 것 같다는 낙관적 전망에 기대고 있다.
최악에 대비하는 모습이 아니다.
김영삼ㆍ김대중 정부 말기에 겪은 경제 위기는 사전 경고를 외면한 데 대한 시장경제의 보복이었다.
또다시 그 보복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 내년 경제를 걱정해야 할 때다.
고광철 국제부장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