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시간을 내편으로… 벼랑끝에서 수익 납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40~50포인트씩 오르락 내리락하는 건 예사고 지난 21일은 장중 고점과 저점이 7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변동성을 먹고 사는 선물·옵션 시장 '선수'들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옵션시장에서는 하루에만 수백%에 이르는 '대박'이 잇따라 터지면서 옵션을 잘 모르는 개인들까지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선물·옵션 시장은 주식 투자자들이 마지막 걸어가는 '저승길'입니다.
주식 투자를 해 손해를 보면 선물에서 대박을 노리고,그 다음은 복권하듯 옵션시장에 뛰어들죠."
강태욱 포스피 이사는 선물·옵션 시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물은 위냐 아래냐 둘 중 하나만 알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옵션은 잘만 하면 하루 만에 손실분 전액을 만회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죠.그러나 선물·옵션은 철저한 전략 없이는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는 시장입니다."
강 이사는 어린 시절 뼈저린 가난을 경험했다.
고등학교 땐 등록금이 없어 군 관련 장학금을 받고 다닐지를 고민할 정도였다.
대학 때도 고시를 준비하다 돈이 없어 고시원을 떠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식투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도서관 내 증권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졸업 후 투신사 펀드매니저 생활에 발을 디뎠다.
1996년 펀드매니저 초기부터 강 이사는 선물·옵션을 담당했다.
초창기부터 수익을 내며 인정받았으나 자신도 모르게 한 신용금고로부터 받아 운용한 펀드가 200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진승현씨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업계를 잠시 떠났다.
이 기간 미국에서 주식관련 공부를 더 한 강 이사는 일목균형표를 변동성이 높은 국내 증시에 접목한 '한국형 일목균형표'를 개발했다.
"2003년 증권업계로 돌아와 재취업을 하려는데 주식시장이 500선을 위협할 정도로 침체에 빠지면서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더라고요.
게다가 2년간의 공백으로 인해 취업마저도 쉽지 않더군요."
그 때부터 강 이사는 오직 수익률로만 승부를 걸겠다는 다짐 속에 전업투자자로 선물·옵션시장에 뛰어들었다.
2003년 대우증권 실전투자수익률대회에선 선물부문 2위에 올랐다.
또 실전투자를 통해 확신을 갖게 된 자신의 한국형 일목균형표를 확산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동호회도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선물·옵션 관련 투자정보업체인 포스피의 윤재민 대표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실전 운용과 더불어 투자전략팀장 자리를 제안했다.
그는 2003년 지인들의 돈을 모아 3800만원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수익률은 2004년 158%에서 2005년엔 214%까지 뛰었다.
시장 변동성이 크게 줄어 수익률 내기가 만만찮았던 지난해에도 34%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고수익의 비결을 '전략매매'로 꼽았다.
"파생상품은 현물시장과는 다릅니다.
현물시장은 '윈윈'이 가능하지만 파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죠.개인 투자자가 제로섬 판에 들어가 기관이나 외국인을 상대로 싸워 이겨야하죠." 이런 시장에서 수익을 얻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개장 전 그날의 전략 시나리오가 나와야 합니다.
시나리오를 짠 대로 시장이 움직이면 그대로 거래를 하고 시나리오 밖이라면 거래를 안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의 기본은 한국형 일목균형표죠."
강 이사는 이어 여유 있는 투자를 강조했다.
"1억원으로 투자해 1억3000만원까지 벌었다가 8000만원이 되면 2000만원을 잃은 게 아니라 5000만원을 잃었다고 생각하죠.심리적으로 실망이 크고 불안해하며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파생상품 시장은 살아만 있으면 기회가 옵니다."
그는 장중 매매에 있어서는 '심리싸움'의 중요성을 최고로 꼽았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파생상품은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분명 기계적으로는 손절매 사인이 나오지만 지수가 바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손실을 더 키우기 일쑤죠.손절매에 대한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끝으로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어라"고 강조했다.
"옵션에서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지 않으면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만기가 가까워질 경우 시간가치가 사라져 옵션 가격은 떨어지죠.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기본적으로 네이키드 옵션을 사면 안됩니다."
벌거벗다는 의미의 '네이키드(naked)'는 콜이나 풋옵션 중 어느 하나만을 매수하는 걸 말한다.
강 이사는 주중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4시30분이면 집을 나와 5시20분이면 서울 가산 디지털단지 내 사무실에 도착한다.
6시~6시30분 회원들에게 시나리오 전략을 소개한 후 9시~3시30분까지는 본인이 직접 투자 전선에 뛰어든다.
장이 끝나면 요즘도 일목균형표를 모눈종이에 직접 그린다.
"한국형 일목균형표를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전 직접 그리는걸 고집합니다.
그리다보면 새로운 게 보이고 일목균형표도 조금씩 발전해 오차범위를 줄여나가죠."
3년 후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는 강 이사는 자산운용사를 직접 만들 꿈을 갖고 있다.
"펀드매니저 나이 마흔이면 손을 놔야 한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순발력이 떨어지거나 조심성이 지나쳐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해지죠.마흔이 되기 전 자산운용사를 차려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고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양성하는 일을 할 겁니다."
< '선물ㆍ옵션 귀재' 강태욱 포스피 이사 >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40~50포인트씩 오르락 내리락하는 건 예사고 지난 21일은 장중 고점과 저점이 7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변동성을 먹고 사는 선물·옵션 시장 '선수'들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옵션시장에서는 하루에만 수백%에 이르는 '대박'이 잇따라 터지면서 옵션을 잘 모르는 개인들까지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선물·옵션 시장은 주식 투자자들이 마지막 걸어가는 '저승길'입니다.
주식 투자를 해 손해를 보면 선물에서 대박을 노리고,그 다음은 복권하듯 옵션시장에 뛰어들죠."
강태욱 포스피 이사는 선물·옵션 시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물은 위냐 아래냐 둘 중 하나만 알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옵션은 잘만 하면 하루 만에 손실분 전액을 만회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죠.그러나 선물·옵션은 철저한 전략 없이는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는 시장입니다."
강 이사는 어린 시절 뼈저린 가난을 경험했다.
고등학교 땐 등록금이 없어 군 관련 장학금을 받고 다닐지를 고민할 정도였다.
대학 때도 고시를 준비하다 돈이 없어 고시원을 떠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식투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도서관 내 증권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졸업 후 투신사 펀드매니저 생활에 발을 디뎠다.
1996년 펀드매니저 초기부터 강 이사는 선물·옵션을 담당했다.
초창기부터 수익을 내며 인정받았으나 자신도 모르게 한 신용금고로부터 받아 운용한 펀드가 200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진승현씨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업계를 잠시 떠났다.
이 기간 미국에서 주식관련 공부를 더 한 강 이사는 일목균형표를 변동성이 높은 국내 증시에 접목한 '한국형 일목균형표'를 개발했다.
"2003년 증권업계로 돌아와 재취업을 하려는데 주식시장이 500선을 위협할 정도로 침체에 빠지면서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더라고요.
게다가 2년간의 공백으로 인해 취업마저도 쉽지 않더군요."
그 때부터 강 이사는 오직 수익률로만 승부를 걸겠다는 다짐 속에 전업투자자로 선물·옵션시장에 뛰어들었다.
2003년 대우증권 실전투자수익률대회에선 선물부문 2위에 올랐다.
또 실전투자를 통해 확신을 갖게 된 자신의 한국형 일목균형표를 확산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동호회도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선물·옵션 관련 투자정보업체인 포스피의 윤재민 대표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실전 운용과 더불어 투자전략팀장 자리를 제안했다.
그는 2003년 지인들의 돈을 모아 3800만원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수익률은 2004년 158%에서 2005년엔 214%까지 뛰었다.
시장 변동성이 크게 줄어 수익률 내기가 만만찮았던 지난해에도 34%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고수익의 비결을 '전략매매'로 꼽았다.
"파생상품은 현물시장과는 다릅니다.
현물시장은 '윈윈'이 가능하지만 파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죠.개인 투자자가 제로섬 판에 들어가 기관이나 외국인을 상대로 싸워 이겨야하죠." 이런 시장에서 수익을 얻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개장 전 그날의 전략 시나리오가 나와야 합니다.
시나리오를 짠 대로 시장이 움직이면 그대로 거래를 하고 시나리오 밖이라면 거래를 안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의 기본은 한국형 일목균형표죠."
강 이사는 이어 여유 있는 투자를 강조했다.
"1억원으로 투자해 1억3000만원까지 벌었다가 8000만원이 되면 2000만원을 잃은 게 아니라 5000만원을 잃었다고 생각하죠.심리적으로 실망이 크고 불안해하며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파생상품 시장은 살아만 있으면 기회가 옵니다."
그는 장중 매매에 있어서는 '심리싸움'의 중요성을 최고로 꼽았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파생상품은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분명 기계적으로는 손절매 사인이 나오지만 지수가 바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손실을 더 키우기 일쑤죠.손절매에 대한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끝으로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어라"고 강조했다.
"옵션에서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지 않으면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만기가 가까워질 경우 시간가치가 사라져 옵션 가격은 떨어지죠.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기본적으로 네이키드 옵션을 사면 안됩니다."
벌거벗다는 의미의 '네이키드(naked)'는 콜이나 풋옵션 중 어느 하나만을 매수하는 걸 말한다.
강 이사는 주중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4시30분이면 집을 나와 5시20분이면 서울 가산 디지털단지 내 사무실에 도착한다.
6시~6시30분 회원들에게 시나리오 전략을 소개한 후 9시~3시30분까지는 본인이 직접 투자 전선에 뛰어든다.
장이 끝나면 요즘도 일목균형표를 모눈종이에 직접 그린다.
"한국형 일목균형표를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전 직접 그리는걸 고집합니다.
그리다보면 새로운 게 보이고 일목균형표도 조금씩 발전해 오차범위를 줄여나가죠."
3년 후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는 강 이사는 자산운용사를 직접 만들 꿈을 갖고 있다.
"펀드매니저 나이 마흔이면 손을 놔야 한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순발력이 떨어지거나 조심성이 지나쳐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해지죠.마흔이 되기 전 자산운용사를 차려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고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양성하는 일을 할 겁니다."
< '선물ㆍ옵션 귀재' 강태욱 포스피 이사 >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