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칙센트미하이 교수 "능력보다 어려운 일 맡을때 집중력 커져"
일에 파묻혀있다가 문득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본 적이 있는가.

이처럼 주변 상황을 잊고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는 비단 예술가나 전문직 종사자 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심심찮게 겪어보는 경험이다.

그리고 그 일의 성과나 만족감은 평소와는 다르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때때로 느끼게 되는 이런 '몰입(Flow)'을 체계화하고 경영에 접목시킨 세계적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73)가 한국심리상담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했다.

그는 30년간 이 부문을 연구한 긍정심리학의 태두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 클레어몬트대 교수로 재직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자문 역할도 맡고 있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인이 몰입하는 순간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며 "이는 조직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정의하는 '몰입'은 한가지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개인적인 문제들을 잊어버리며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예술가와 운동선수,전문직 종사자 등을 연구하며 몰입의 조건에 관해 연구했고 조건만 충족된다면 보상이 적은 단순작업도 즐거움을 가지고 집중하는 '몰입'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내놨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경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레저용품 제조회사 파타고니아는 복도에 직원들의 서핑보드가 널려져 있고 창밖으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등 직원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는데 이는 기업의 실적 향상으로 나타났다"며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이 인재 확보를 위해 연봉 외에 업무 환경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분명한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는 점도 일터에서 몰입을 이끌어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그 목표가 지나치게 어렵거나 쉽다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며 "난이도가 약간 높고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더욱 만족감을 주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등산가나 의사들이 평소보다 어려운 산이나 까다로운 수술을 접했을 때와 비슷한 심리상태를 유발한다고.

헝가리계인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외교관인 아버지의 근무지였던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르몽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가 1956년 미국 시카고대학에 입학,심리학을 전공했다.

이후 40년간 이 대학 심리학,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가 집필한 '몰입의 즐거움','몰입의 경영' 등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24∼25일 성균관대에서 열리는 초청강연회에서 '몰입과 일의 즐거움' 등 주제를 바꿔가며 네 차례 강연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