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 특구-울산ㆍ거제를 가다] 1인당 주민소득 연 3만~4만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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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파라다이스ㆍ동구 공화국
화이트칼라서 블루칼라로 역류
현대중공업 선실생산1부의 이오수 기장(57)은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세계 1위 조선소에서 두 아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장의 차남 상태씨(31)와 삼남 상호씨(28)는 사내 기술교육원을 통해 입사,현재 조선 시운전부와 중형엔진조립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기장은 "자녀들에게 현대중공업만한 직장이 없다고 적극 권유해 애들이 입사하게 됐는데 지금은 자녀들이 더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 울산,거제의 '블루칼라 특구'에서 근로자들이 누리는 높은 삶의 질이 알려지면서 화이트칼라에서 블루칼라로의 역류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서 조선소 생산직 근로자로 취직하는가 하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도 조선소 생산직 사원 모집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자녀들이 4년제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실력인데도 부모들이 생산직 입사를 위해 전문대 진학을 권유하거나 자녀들이 부모의 여유로운 삶을 가까이서 보고 스스로 공고에 진학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블루칼라들도 과거에는 자녀들이 자신처럼 생산직에 근무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이제는 자식이 뒤를 이어 생산현장을 지키는 것을 흐뭇해 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부자가 함께 근무하는 경우만 무려 199쌍으로 이 중 생산기술직이 90%를 넘는다.
조선소 생산직 입사 경쟁률도 블루칼라로의 역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 현대중공업 생산직 사원 채용 경쟁률은 20.7 대 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사내 기술교육원 수료생 중 동종업계 근무경력자 등의 까다로운 자격 제한에도 불구하고 150여명 모집에 모두 3100여명이 지원한 것.생산기술직 채용에는 고졸뿐 아니라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문의도 빗발쳤다.
높은 급여에 고용이 보장되고,최고의 후생복지를 누릴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입사자격이 고졸 및 전문대졸 출신으로 제한돼 있는 것을 알고는 대졸이라는 '멍에'를 탓해야만 했다.
학생들이 앞다퉈 조선소 생산직 입사에 목을 매는 이유는 취직 뒤에 삶 자체가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블루칼라 특구 주민들은 평균 3만~4만달러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두둑한 특근수당까지 합치면 사실상 블루칼라의 임금이 화이트칼라보다 더 많다는 게 조선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마다 몇백명이 정년을 맞을 정도로 고용도 안정적이다.
휴가도 그렇다.
화이트칼라는 제대로 휴가를 못 가지만 생산직은 크게 눈치 안 보고 휴가를 다녀 온다.
주택구입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며 독신자에게는 체력단련시설을 갖춘 호텔급 기숙사도 제공한다.
자동화가 빠르게 진전된 덕분에 근무환경도 예전에 비해선 상당히 쾌적해졌다.
평면용접 및 절단 등 단순반복 작업이나 파이프 내부 및 선체 외부 그라인딩 등 위험한 작업은 기계가 대신 수행한다.
조선소 중 자동화율이 가장 높은 삼성중공업의 경우 용접의 65%를 기계가 담당한다.
대부분의 용접사들은 모니터를 보고 용접 로봇을 관리하거나 자동화할 수 없는 곡면 부위 용접 등을 맡는다.
이렇다보니 조선소 생산직 입사는 '로또' 또는 '고시합격'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사무직과 임금역전 현상까지 생기면서 업계에선 "굳이 대학 나올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고졸 출신들도 직반장이 되면 사무직과장으로 전환하려고 하지 않는다.
현장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선소에 입사하는 관문인 기계공고, 관련 전문대학도 높은 취업률로 인해 인기를 끌고 있다.
거제공고와 거제대학의 경우 졸업생 대부분이 조선관련 업종에 취직하면서 실질취업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
조선업체를 정년 퇴직한 많은 베테랑 기술자들도 재입사를 통해 블루칼라로 다시 컴백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계속된 선박 수주 호황으로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숙련 근로자가 더욱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요즘엔 전문기술을 갖춘 데다 연봉도 높고 고용이 보장되는 생산기술직을 사무직보다 신랑감으로 더 선호하고 있다"며 "거제조선소 생산직 근로자들은 부산 중매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ㆍ거제=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화이트칼라서 블루칼라로 역류
현대중공업 선실생산1부의 이오수 기장(57)은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세계 1위 조선소에서 두 아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장의 차남 상태씨(31)와 삼남 상호씨(28)는 사내 기술교육원을 통해 입사,현재 조선 시운전부와 중형엔진조립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기장은 "자녀들에게 현대중공업만한 직장이 없다고 적극 권유해 애들이 입사하게 됐는데 지금은 자녀들이 더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 울산,거제의 '블루칼라 특구'에서 근로자들이 누리는 높은 삶의 질이 알려지면서 화이트칼라에서 블루칼라로의 역류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서 조선소 생산직 근로자로 취직하는가 하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도 조선소 생산직 사원 모집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자녀들이 4년제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실력인데도 부모들이 생산직 입사를 위해 전문대 진학을 권유하거나 자녀들이 부모의 여유로운 삶을 가까이서 보고 스스로 공고에 진학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블루칼라들도 과거에는 자녀들이 자신처럼 생산직에 근무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이제는 자식이 뒤를 이어 생산현장을 지키는 것을 흐뭇해 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부자가 함께 근무하는 경우만 무려 199쌍으로 이 중 생산기술직이 90%를 넘는다.
조선소 생산직 입사 경쟁률도 블루칼라로의 역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 현대중공업 생산직 사원 채용 경쟁률은 20.7 대 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사내 기술교육원 수료생 중 동종업계 근무경력자 등의 까다로운 자격 제한에도 불구하고 150여명 모집에 모두 3100여명이 지원한 것.생산기술직 채용에는 고졸뿐 아니라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문의도 빗발쳤다.
높은 급여에 고용이 보장되고,최고의 후생복지를 누릴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입사자격이 고졸 및 전문대졸 출신으로 제한돼 있는 것을 알고는 대졸이라는 '멍에'를 탓해야만 했다.
학생들이 앞다퉈 조선소 생산직 입사에 목을 매는 이유는 취직 뒤에 삶 자체가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블루칼라 특구 주민들은 평균 3만~4만달러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두둑한 특근수당까지 합치면 사실상 블루칼라의 임금이 화이트칼라보다 더 많다는 게 조선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마다 몇백명이 정년을 맞을 정도로 고용도 안정적이다.
휴가도 그렇다.
화이트칼라는 제대로 휴가를 못 가지만 생산직은 크게 눈치 안 보고 휴가를 다녀 온다.
주택구입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며 독신자에게는 체력단련시설을 갖춘 호텔급 기숙사도 제공한다.
자동화가 빠르게 진전된 덕분에 근무환경도 예전에 비해선 상당히 쾌적해졌다.
평면용접 및 절단 등 단순반복 작업이나 파이프 내부 및 선체 외부 그라인딩 등 위험한 작업은 기계가 대신 수행한다.
조선소 중 자동화율이 가장 높은 삼성중공업의 경우 용접의 65%를 기계가 담당한다.
대부분의 용접사들은 모니터를 보고 용접 로봇을 관리하거나 자동화할 수 없는 곡면 부위 용접 등을 맡는다.
이렇다보니 조선소 생산직 입사는 '로또' 또는 '고시합격'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사무직과 임금역전 현상까지 생기면서 업계에선 "굳이 대학 나올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고졸 출신들도 직반장이 되면 사무직과장으로 전환하려고 하지 않는다.
현장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선소에 입사하는 관문인 기계공고, 관련 전문대학도 높은 취업률로 인해 인기를 끌고 있다.
거제공고와 거제대학의 경우 졸업생 대부분이 조선관련 업종에 취직하면서 실질취업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
조선업체를 정년 퇴직한 많은 베테랑 기술자들도 재입사를 통해 블루칼라로 다시 컴백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계속된 선박 수주 호황으로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숙련 근로자가 더욱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요즘엔 전문기술을 갖춘 데다 연봉도 높고 고용이 보장되는 생산기술직을 사무직보다 신랑감으로 더 선호하고 있다"며 "거제조선소 생산직 근로자들은 부산 중매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ㆍ거제=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