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소재한 일진그룹(회장 허진규)에서 일하는 김성일 홍보팀 대리는 가끔 친구들이나 집안 어르신들로부터 '제약사업은 잘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사명이 유사한 '일진제약(회장 김영배)'과 혼동한 결과다.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등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일진그룹에는 제약회사가 없다.
#2. 지난 6일 코스닥에 상장한 일진정공(대표 이상업)의 IR 담당자 김경섭 과장은 상장 후 한동안 주주들로부터 '일진그룹과 어떤 관계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일진정공은 석유화학공장 등에 저장탱크를 공급하고 플랜트를 제작하는 회사로,일진그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다.
사명이 너무 좋아서 탈일까.'일진'이라는 사명을 쓰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체나 투자자들이 회사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KT의 114전화번호 서비스에 등록된 '일진' 상호는 총 1995개.이 중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곳만 꼽아도 △일진그룹(1조2000억원) △일진베어링(관계사 일진글로벌 매출액 포함 7500억원) △일진정공(572억원) △일진건설산업(182억원) △일진제약(113억원) 등 5곳이 넘는다.상장업체도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일진정공 등 네 곳이나 된다.
이외에 일진정기 ㈜일진(日進) ㈜일진(一進) 일진기계 일진기업 일진전자 일진건설 일진코스메틱 일진산업 등 다양한 '일진'이 있다.
이들 중 일진그룹 일진베어링 일진정공 등 대부분의 업체는 한자로 '日進'을 사용한다.매일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日新又日新(날마다 새로워진다)'과 뜻이 비슷하다.회사가 날로 쑥쑥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창업자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반면 일진제약은 '건강사회를 위한 오직 한길'이라는 사훈을 담고 있는 '一進'을 쓴다.한우물을 파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이름이다.
일진베어링 관계자는 "가끔 신입사원들이 뒤늦게 '사실은 일진전기가 있는 일진그룹인줄 알고 입사했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가 비슷해 일반인들이 겪는 혼란도 만만찮다.실제 허진규 회장의 일진그룹 홈페이지 주소는 www.iljin.co.kr이고 일진베어링과 일진글로벌을 보유한 이상일 회장의 일진그룹 홈페이지 주소는 www.iljin.com 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