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위조전문 남매의 역할 분담"
신당 "檢, 한나라 협박에 굴하지 마라"

'BBK 주가조작'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21일 새벽(한국시간)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라는 것을 입증해주는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이의 진위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번 공방이 대선 판도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고 전면 대응에 나섰다.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2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면계약서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며 "에리카 김이 자료를 공개하는 즉시 진위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먼저 공개하면 다른 방식으로 역습을 해올 것이므로 일단은 그 쪽이 공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또 "에리카 김은 미국 법정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미 유죄판결을 받았고 내년 2월 형량협상(프리바게닝)만을 남겨두고 있는 범죄자"라며 "사건의 주범인 사람이 위조서류를 들고 내뱉는 한 마디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왔다갔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에리카 김이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미국에서 공개하려는 것은 '위조전문 남매'의 역할 분담과 정치공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충분히 예상됐던 사기행각으로 새로울 것도 없고 놀랄 일도 아니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고승덕 변호사는 "김경준 측이 이면계약서라고 일부 언론에 표지를 보여준 문건은 AM파파스와의 주식매매계약서였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실제 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BBK의 실제주인이라거나 LK이뱅크가 BBK의 지주회사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며 김씨가 거짓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당 정 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은 "에리카 김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할 내용에 대해 검찰은 수사를 벌여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면계약서가 가짜라고 호들갑을 떨기도 하는데 BBK와 관련된 것은 검찰의 수사에 맡겨 그 결과를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이 후보가 떠오르는 해를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한다"면서 "검찰이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파헤쳐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