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 중 양도성예금증서(CD)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거래가 편하고 금리도 높다보니 개인들의 뭉칫돈이 CD로 몰리는 상황이다.

특별판매 형식의 고금리 정기예금이 있긴 하지만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만 해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CD 얼마나 늘었나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CD 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12조7000억원에서 이달 16일 17조7000억원으로 5조원 늘었다.

이 가운데 기관과 법인이 주로 찾는 증서 및 발행식 CD는 10조9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개인들이 주로 가입하는 통장식 CD는 같은 기간 1조8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7조2000억원 늘어났다.

이로 인해 통장식 CD의 잔액이 증서 및 발행식 CD 잔액보다 많아지게 됐다.

국민은행에서도 추세는 비슷하다.

법인들의 CD 매입액은 8월 1조4000억원에서 9월 6000억원,10월 2800억원 등으로 증가액이 줄어들더니 이달 들어 16일까지 잔액이 700억원 줄어들었다.

반면 개인들은 월별 2000억~3000억원가량 꾸준히 늘고 있다.

정기예금과 비교하면 CD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국민은행의 경우 하반기 들어 정기예금이 7000억원가량 줄었지만 CD는 1조원이나 늘었다.


◆찾는 이유 뭔가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졌고 거래가 편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1년짜리 통장식 CD 금리는 은행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연 5.85% 안팎이다.

은행들이 고금리를 내세워 특판에 나서고 있는 정기예금 상품과 비교해 금리가 높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CD는 조건이 없어 누구나 가입만 하면 이 같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특판 정기예금 상품이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연 6% 안팎을 받을 수 있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다.

실제 국민은행의 'WINE 정기예금'은 1년짜리가 최고 6.05%이지만 이를 위해선 △금연 또는 운동을 다짐하거나 △건강검진표를 제출하고 △5년 이상 장기거래 고객이거나 회갑 칠순 등의 고객일 것 △5000만원 이상의 퇴직금이나 부동산 매매자금 등을 예치해야만 6.05%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이 연말까지 판매하는 '큰사랑큰기쁨 고객사랑 특판예금'의 경우에도 기본금리(5.7%)에서 추가금리(0.2%포인트)를 받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결제계좌를 다른 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변경하고,6개월간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50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여기에다 은행들이 통장식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정기예금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도 CD의 인기를 높이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영업점이 통장식으로 CD를 유치할 경우 증서식으로 유치할 때보다 가점을 주고 있다.

은행들은 또 CD가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어서 0.2%의 예금보험료(은행 입장에선 비용)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CD 수신을 더욱 늘릴 채비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