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매년 급증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이 늦어도 2020년 이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50년에는 2000년의 50∼65% 수준이 돼야 할 것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IPCC)가 지난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채택하고 폐막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제27차 총회를 가진 IPCC의 130개 국가 대표들은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할 경우,피할 수 없는 재앙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채택했다.정책결정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식과 내용으로 재구성한 20쪽 내외의 요약보고서도 내놨다.이에 앞서 각국 정부 대표와 과학자,환경운동가 등은 올 들어 각 실무그룹별로 마련한 3000여쪽의 보고서를 요약,확정하는 작업을 수행해 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채택한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 완화정책을 위한 과학적인 근거들을 제시한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특히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0년 이전에는 떨어지기 시작해야 하며 2050년에는 2000년의 50∼65%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각종 성과를 평가하며 기후변화 대책과 지속가능한 발전 대책이 서로 상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 6년간 기후과학 연구를 토대로 집대성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일부 종은 멸종될 위협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가 인간들에 의해 야기돼 진행되고 있는 현상인 점도 명확히 했다.

구체적으로 지구의 온도는 지난 100년간 0.74도 상승한 것으로 지적됐다.

해수면은 1993년 이후 매년 평균 3.1㎜씩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됐다.

보고서는 온실 가스의 수준별로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고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도표로 보여주며 구체적으로 지적했다.홍수와 가뭄이 늘고 해안선이 사라지면서 수천여종의 동식물이 멸종하는 한편 더 많은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산호초가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채택된 보고서는 다음 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 환경장관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발리 회의에서는 2012년에 만료되는 교토 의정서의 후속 대책으로 국제사회의 새로운 온실가스 규제 방안 등을 중점 논의한다.

IPCC는 그동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한 공로를 인정받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