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땐 '광신공룡'이 국제가격 좌우"

국내 철강업계 '원가상승' 긴장

세계 1, 3위 광산업체간 메가톤급 인수.합병(M&A) 전쟁에 국내 철강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철광석과 유연탄 등의 가격 결정권이 광산메이저로 넘어가면서 원료 구입비용이 급상승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는 열연강판, 후판, 냉연강판 등 주요 철강제품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수요업체인 자동차, 조선, 가전업계에도 커다란 원가 상승 부담을 안겨줄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세계 1위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튼(BHPB)과 3위인 영국의 리오틴토 간 M&A 전쟁을 예의 주시하며 초대형 광산기업 탄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오틴토는 최근 BHP의 적대적 M&A에 대항해 역으로 BHP에 인수를 제안하는 등 양사의 인수합병전이 격렬해지고 있다.

BHP는 철광석과 비철금속,유연탄 등을 포함한 전체 규모면에서는 리오틴토를 앞서지만 철광석만 떼내 비교하면 리오틴토(2위)에 밀려 3위에 머물고 있는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M&A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M&A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광석 공룡' 탄생하나

BHP와 리오틴토가 합쳐지게 되면 철광석, 구리, 알루미늄 등에서 세계 최대의 생산규모를 갖춘 거대 광산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특히 철광석의 경우 세계 수출물량의 37.1%(2억5900만t)를 차지해 브라질의 CVRD(35%,2억4500만t)를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선다.

철강공룡으로 불리는 아르셀로미탈의 세계 조강생산량 비중이 9.5%(1억1800만t)인 것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철광석 빅3'와 '철강 빅5'를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 극명해 진다. CVRD, 리오틴토, BHP 3개사가 전 세계 수출의 72.1%를 장악하고 있는 반면 아르셀로미탈, 신일철, JFE, 포스코, 바오산강철 등 상위 5개사의 점유율은 전 세계 생산량의 20%에도 못 미친다. 유연탄의 경우도 BHP, 글렌코어, 리오틴토, 앵글로아메리칸 등 세계 상위 4개업체가 세계 수출의 34%를 점유하고 있다.

◆원료.철강제품 가격인상 불가피

초대형 철광석업체의 탄생으로 철강사들의 협상력이 떨어지면 원료와 철강제품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경우 철광석과 유연탄이 철강(탄소강)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이 각각 35%, 25% 상승하면 이익감소가 24%에 달해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제품 판매단가를 8% 올려야 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원가가 올랐다고 해서 무작정 시장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철강사 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일철과 공동으로 철광석 구매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협상력'이 떨어지는 철강업체들이 공동협상을 통해 '구매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철광석과 석탄광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방안이라는 게 철강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포스코의 경우 철광석과 유연탄의 자체 개발 광산 공급비율이 각각 11%, 23%이며 중장기적으로 이를 30%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은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광산을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수익성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더욱 적극적인 자체광산 확보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