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수 프린스는 최근 새 앨범 '플래닛 어스'를 발매하면서 증정판을 무료로 배포해 음반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프린스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구독자에게 신곡을 CD에 담아 무료 증정하는 행사를 벌였다.

이렇게 뿌려진 앨범은 모두 300만장.최근 영국에서는 신문이나 잡지들이 공짜 CD나 DVD를 끼워 파는 것이 일반화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내년 비즈니스 분야의 화두로 '프리코노믹스'(FreeconomicsㆍFree+Economicsㆍ무료 경제)를 꼽았다.

무료가 유료를 몰아내고 산업계의 주류로 떠오른다는 얘기다.

'IT(정보기술) 혁명'으로 정보처리와 저장,데이터 전송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관련 서비스의 비용이 '무료'로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원지는 역시 IT 업계다.

인터넷 업계에선 '공짜'가 유력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전문 사이트 유튜브(YouTube)는 용량이 큰 동영상의 저장소를 무료 제공하며 TV 산업에 혁명을 일으켰다.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피(Skype)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장거리 및 국제전화를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통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구글의 G메일은 대용량 서비스로 인터넷 메일 서비스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2001년 등장해 신세대 아이콘으로 떠오른 애플의 아이팟 역시 디지털 시대 '규모의 경제'를 간파한 데 따른 산물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은 저장 기술의 발달로 카드 한 장의 크기에 1만곡을 담는 일이 2001년에 가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아이팟은 출시 이래 연 평균 1600만대가 팔렸다.

누구나 '반도체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높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알았지만 오직 스티브 잡스만이 이 법칙을 경청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인터넷의 전통적인 사업모델은 서비스나 콘텐츠(내용물)를 제공하고 돈을 받거나 광고를 파는 것이다.

무료 콘텐츠는 주로 유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미끼'로 이용됐다.

하지만 점차 무료 서비스나 공짜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기술 진보가 이끄는 '공짜 혁명'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짜 쿠폰은 외식업계의 유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인터넷에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신문들도 늘고 있다.

2008년 '무료의 해'에 야후는 구글보다 한발 앞서 무료 웹메일 용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에서 프린스 앨범을 무료로 배포한 것처럼 더 많은 음반 제작사들이 연주회 홍보 차원에서 음반을 공짜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업들이 요금을 부과하는 상품을 먼저 공짜로 주라"는 말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성공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눈부신 기술 변화에 귀를 기울인다면 이 말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